검색기능만으로 웹사이트 100여개대상…음란물도 수천편 저장
대학 중퇴 후 부모용돈받으며 집과 PC방에서만 생활


구글 검색기능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내고 음란물에 집착한 30대 '은둔형 외톨이'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구글 검색으로 개인정보 884만건을 유출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37)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을 드나들며 인증절차 없이 관리자 웹페이지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글로 검색해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개인정보를 빼낸 웹사이트는 인터넷 커뮤니티, 연예기획사·산부인과 홈페이지, 취업정보 사이트 등 100여개에 달했다.

김씨는 전문 해킹 프로그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구글의 검색 기능만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10년 전 서울 모 대학 물리학과를 중퇴한 후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집과 PC방에서만 생활했고 항상 방문을 잠그고 부모조차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수년 전부터 개인정보 수집과 음란물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09년 공공기관·홈쇼핑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구속됐고, 2011년에는 저작권 관련 홈페이지에서 연예인 3천300여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해 입건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회원정보가 해킹당했다는 것을 알아챈 취업정보 사이트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꼬리가 잡혔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없고 호기심에 그랬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씨는 체포 당시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는 것조차 강하게 거부했다"며 "웹하드 저장 자료가 발견된 후에도 파일 비밀번호를 진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동대문구에 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영등포구의 PC방을 주로 이용했고, 명의를 도용한 아이디를 이용하고 수집한 개인정보 파일을 모두 암호화해 웹하드에 저장하는 등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김씨의 집에서 웹하드·파일공유사이트(P2P) 등을 통해 받은 음란 동영상 수천편도 발견했다.

경찰은 "음란물 중에는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아동포르노 87편이 포함돼 있었다"며 "김씨는 외장형 하드디스크 2개에 음란물을 저장해두면서 혼자 이를 탐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유출한 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제삼자에게 넘어간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해킹당한 사이트 관리자 대부분은 경찰 통보 이전까지 회원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피해 사이트들이 검색 배제 표준을 적용하고 사용자 인증 프로그램만 갖췄어도 대량 정보 유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당 사이트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했는지 수사하고 있으며 위반사항이 드러나면 사이트 관리자를 형사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