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 사는 주부 데니스 칼칸 씨. 그는 오랫동안 집에 보관해온 금화 6개를 은행에 맡기기로 했다. “은행에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국가 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터키가 범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으로 골칫거리인 경상수지 적자를 타개하고 있다. 한국이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1998년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던 것과 비슷하다. 터키인들이 장롱에 보관하고 있는 금은 5000t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이 금을 은행에 맡기면 해외로 수출해 경상적자를 메우는 방식이다.

○경상수지 적자에 발목 잡힌 경제

터키도 '金모으기'…부족한 달러 채운다
터키 정부와 은행권이 대대적인 금 모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심각한 수준인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는 약 77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9.9% 수준이다. 터키 경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탓에 성장이 안정적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지난해 8.6%였던 터키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3.0%까지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터키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상당한 양의 금을 집에 보관한다. 가족의 생일이나 할례의식 등이 있을 때마다 금화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터키가 연 70%가 넘는 높은 물가상승률에 시달릴 때 터키인들은 앞다퉈 금을 사두기도 했다. 터키 정부에 따르면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금은 약 5000(약 3200억달러어치)에 이른다. 아일랜드 GDP(2011년 218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정부·은행권이 금 모으기 나서

터키 정부와 민간 은행은 장롱 속 금을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은행이 전체 자산 중 금으로 보유할 수 있는 상한선을 25%에서 30%로 올렸다.

은행들은 금 예금은 물론 담보대출, 금 연계 신용카드, 뮤추얼펀드 등 각종 상품을 출시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서 금 매매나 개인 간 금 송금을 허용하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상당한 양의 금이 은행 계좌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지난 7월까지 은행의 금 보유량은 15%나 늘었다. 현금보다 3배 이상 빠른 유입 속도다.

금 모으기 정책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8월 말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에 금 수출이 급증한 게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을 포함해 터키가 올 들어 8월까지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으로 수출한 금액은 92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BGC파트너스의 오즈거 알터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에 금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를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