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유나이티드항공, SNS 불통했다가 1억8000만弗 손실
스마트폰 연동형 시계를 만드는 벤처기업 페블은 올초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달리기·자전거타기·골프 등 스포츠 활동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가동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적극 홍보했지만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창업자 에릭 미기코프스키(28)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4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투자금 10만달러를 모은다’는 글을 올렸다. 페블은 두 시간 만에 투자금 목표액을 채우는 ‘대박’을 터뜨렸다. 한 달간 목표금액의 100배가 넘는 1026만달러의 투자금을 확보, 킥스타터 사상 최대 성공을 거뒀다.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업들의 ‘고객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조금만 불만족스러워도 더 나은 제품을 찾아 떠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츄어는 27개국 소비자 1만여명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시대에 고객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지만 기업들이 보지 못하는 다섯 가지 ‘사각지대’와 극복 방법을 내놓았다.

○제품 개발에 참여한 고객, 충성도 높아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과 개인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킥스타터는 디지털시대 고객이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2009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 회사는 올 상반기까지 약 2만8000건의 투자를 알선, 2억7500만달러의 투자실적을 거뒀다. 단순 투자를 넘어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려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기업의 혁신 노력에 기여하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다’거나 ‘관심 있다’고 답변했다. 20%는 지난 2년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 혁신 등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공했다고 대답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과 관련해 고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기업은 고객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디지털시대 고객들은 또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이용해 기업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형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과 대응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1억8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캐나다의 한 가수가 자신의 기타가 들어 있는 수하물을 비행기 활주로에서 함부로 다루는 항공사 직원을 보고 ‘유나이티드가 기타를 부수네’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게 계기가 됐다. 이 동영상은 나흘 만에 조회수 700만건을 넘어섰고 유나이티드 주가는 10% 떨어졌다.

○‘부분 이동’하는 고객, 결국 떠난다

액센츄어 조사에서 소비자 3명 가운데 2명이 지난해 ‘형편없는 고객 서비스 때문에’ 다른 기업의 고객이 됐다고 답했다. 44%의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1년 전보다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고개들은 ‘기업이 처음에 약속한 서비스를 이행하지 않을 때’ 가장 크게 실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도 계속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다. 또 기업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고 걸맞은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면 등을 돌렸다. 기업들은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절반 정도만 만족했다고 대답했다.

고객이 떠나려고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이동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액센츄어는 조언한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추가적으로 다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쓰는 경우다. 지난해 고객들의 부분적인 이동 비율은 2010년 조사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전화 사업과 가스 및 전자 설비, 소매 금융 및 재정 서비스 분야에서 고객들의 부분적 이동 비율이 많이 높아졌다.

○사각지대를 극복하는 5가지 방법

사각지대를 없애고 줄이면 기업은 잃었던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다. 액센츄어는 △지킬 수 있는 약속 설정과 기존 사례 연구 △고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알아차리기 △고객들이 떠나려는 움직임을 제때 포착해 차단하기 △SNS 등에서 고객 목소리 듣기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참여 기회 제공 등을 통해 사각지대를 제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액센츄어에 따르면 처음부터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명확한 기준과 목표를 설정하고 고객 유치에 나서야 한다. 가장 유용한 도구는 기존 사례 연구다. 소비자가 쓰던 휴대폰을 바꿨다면 왜 그랬는지, 어떤 제품을 쓰다가 어느 회사 제품으로 옮겨 갔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소비자 분석 틀을 활용, 우수 고객들의 행동이나 구매 양상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항공사가 회원 등급을 세분화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비행기를 몇 번만 더 타면 회원 등급이 올라가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특정 항공사에서 실적을 쌓으려고 하게 된다.

SNS 등을 활용해 고객들이 떠나려 할 때 보이는 움직임을 재빨리 포착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소셜미디어에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린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85%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 떠났다고 답했다.

기업의 활동에 참여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마케팅도 중요하다.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털 제조·판매 회사인 스와로브스키와 비타민워터로 유명한 음료수 브랜드 글라소는 SNS를 통한 경연으로 훌륭한 제품 아이디어뿐 아니라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