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투자 대상을 선별할 때 기업의 현금흐름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곧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와 배당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은 경기침체기에 더욱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는다.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경제 위기나 신용 경색이 닥쳤을 때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현금흐름이 개선되는 기업을 경기침체 장기화 또는 저성장기에 대비한 투자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금 10조원 유입

한국경제신문은 30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현금흐름 추정치가 있는 194개 상장기업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2개 종목의 올해 잉여현금흐름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에 순유입되는 현금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활동현금흐름(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 투자활동현금흐름(투자를 위해 지출한 돈)을 합산해 구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양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음수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잉여현금흐름 외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함께 분석한 것은 투자를 줄여 현금흐름이 좋아지는 기업이 아니라 영업실적 개선을 통해 현금흐름이 좋아지는 기업을 찾기 위해서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293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3.6배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두산(1210.7%) 에스앤씨엔진그룹(782.4%) 이라이콤(756.5%) CJ오쇼핑(699.6%)도 잉여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10조3211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조8053억원의 471.7%늘어난 규모다. 이 밖에 엔씨소프트(344.3%) 휴비츠(325.5%) 롯데칠성(183.6%) SK C&C(155.9%) 등이 현금흐름이 개선될 종목으로 분석됐다.

○저성장기엔 현금흐름이 중요

조선 철강 화학 업종 기업들은 잉여현금흐름에서 적자를 낼 전망이다. 업황이 악화된 탓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대규모 설비를 운영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투자 규모는 크게 줄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6조7667억원) 한국가스공사(-3조61억원) SK하이닉스(-1조4133억원) SK텔레콤(-1조3589억원) 등은 1조원 이상의 현금 순유출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5234억원) 대우조선해양(-4697억원) 현대제철(-3864억원) 현대중공업(-2371억원) 호남석유(-1335억원)도 현금흐름이 좋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거나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수록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외에 현금흐름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익계산서에 나온 영업이익이 모두 기업에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을 냈는데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직 돈을 받지 못한 외상 매출 비중이 높거나 재고자산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영준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저성장기에는 고성장기와 달리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미래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적정한 투자 규모를 유지하면서 현금을 꾸준히 확보하는 기업이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 잉여현금흐름

기업에 현금이 얼마나 순유입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재무제표상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과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을 합산해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워런 버핏은 ‘당기순이익+감가상각비-자본적 지출-운전자본’으로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