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경영자(CEO)들마다 걱정이 태산이다. 내년 경제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기에 그렇다. 우리 경제는 6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이다. 원·달러 환율마저 13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떨어져 연일 연중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여기에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구호를 외치며 대기업 공격에 여념이 없다. CEO들마다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게 무리도 아니다.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10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68까지 떨어져 2009년 4월(67) 이후 42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가라앉는 상황이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들어섰다. 재계 서열 6위인 포스코는 국내외 백화점과 쇼핑몰 세 곳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으로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이다. 이미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한 상태다. 다음에는 석유화학업계가 될 것이란 흉흉한 관측이 나돈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게 더 문제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2%대 초반에 그치고 내년에도 3%대 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쏟아져 나온다. 과거 외환위기 때도 경험하지 못했던 장기 불황이다. 잠재 성장률도 3%대 후반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미 일본식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정도다. 금융위기 때는 그래도 고환율에 기대어 버텼지만 미국 유럽 일본이 경쟁적으로 유동성을 대량으로 풀어대는 지금은 원화가치 강세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속에도 그룹을 해체하고 기업의 손발을 묶으려는 경제민주화 구호들은 무성하기만 하다. 고용을 늘리겠다면서 기업 투자를 막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10월이 되면 많은 기업들이 새해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신발 끈을 동여매지만 지금은 한숨만 들려온다. 삼성전자 현대차마저 사업계획을 짜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먼 장래는 고사하고 바로 내년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