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앱등이 vs 삼엽충
앱등이는 속칭 ‘애플빠’, 다시 말해 애플 제품 애용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애플과 징그러운 벌레인 꼽등이의 합성어로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제품이라면 맹목적인 찬사를 보내는 소비자에 대한 경멸의 뜻이 담겨 있다. 삼엽충은 ‘삼빠’, 즉 삼성 제품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다. 특히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보다 좋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삼엽충으로 분류된다.

서로 자기 스마트폰이 좋다고 우기는 논쟁이 온라인상에서 종종 벌어지면서 어떻게든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다 보니 쓰게 된 말들이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 산 스마트폰 자랑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에 삐딱한 댓글이 달리고 이어서 좀 더 과격한 표현의 재반격성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서로 간에 감정은 에스컬레이트된다. 스마트폰 기능 비교로 시작된 논쟁은 산으로 올라가고 어느 새 정제되지 않은 단어들이 난무한다. 결국 싸움은 대략 이렇게 끝난다. “너 같은 앱등이는 별 수 없어.” 혹은 “삼성 알바 삼엽충들 또 도배질이구나.”

감정의 배설물로 오염된 온라인

스마트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온라인 혹은 모바일을 오염시키고 있는 감정의 배설물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다수의 사람이 만나는 공간에서는 으레 의견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이런 논쟁은 의외로 간단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우기던 두 사람 중 한 쪽이 “나 신문에서 봤어” 하면 그것으로 승부는 갈렸다. 진 쪽이 깨끗이 승복해버리니 감정의 찌꺼기가 남을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택도 없는 소리다. 정보는 넘쳐나고 어느 게 맞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저마다 자기에 유리한 정보만 들이대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뿐이다. 편으로 갈라진 논쟁은 자연히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그러다보면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간다. 온라인 혹은 모바일 언어가 거칠어지는 이유다.

막말꾼들은 정신적 미숙아

눈여겨 볼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이 여기서 또 다른 변종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막말꾼’의 등장이다. 종전 온라인 및 모바일 오염의 주범이 주로 익명의 댓글이었다면 이들은 자신이 누군지 드러내 놓고 걸러지지 않은 감정의 분뇨를 쏟아낸다. 지난 총선 직전 기승을 부리던 ‘나꼼수’를 필두로 소설가, 판사에 이어 이름을 옮겨적기도 짜증나는 K모 의원이 아예 막말의 종결자로 떠올랐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떻게든지 튀어서 대중의 이목을 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막말 한마디가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팔로어와 리트위트 숫자가 늘어나면 무슨 영웅이라도 된듯 우쭐대는 부류다.

사춘기 아이들은 유독 욕을 많이 한다. 그래야 또래 사이에서 좀 세보이고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소위 다리 떨고 침 뱉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른들 눈에는 정말 유치해 보이지만 애들 사이에서는 그런 게 먹힌다. 지금 SNS 막말꾼들은 이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몸은 성인이지만 생각은 아직 꼬마들이 바글바글한 뒷골목을 벗어나지 못한 미숙아들인 셈이다. 그런데 소위 공인이라며 이름깨나 알려진 이들이 너도 나도 그 골목을 서성이는 걸 보면 이게 새로운 사회 병리현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돈성 스크 엘쥐 꼴데…. 프로야구 팬들이 상대방 편을 깎아내리듯 이야기하며 만들어낸 주요 구단의 별칭들이다. 이 정도면 위트도 있어 보이고 충분히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앱등이와 삼엽충조차 막말꾼들이 토해내는 오물에 비하면 점잖게 느껴진다. 에잇 벌레들만도 못한!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