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골프용품 회사 타이틀리스트와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31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매킬로이가 내년부터 나이키 클럽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킬로이의 이적으로 톱 선수를 놓고 벌이는 골프클럽 메이커들의 후원 전쟁이 올 겨울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나이키 클럽 사용

매킬로이는 5년 전 프로로 전향하면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의 용품을 써왔다. 올해 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내년부터 연간 2000만달러를 받고 나이키 클럽과 용품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중국에서 타이거 우즈와 맞대결을 펼치던 중 우즈가 갖고 있던 나이키 클럽을 들고 몇 차례 연습 스윙을 해보기도 했다. 둘은 내년에 나이키골프의 한식구가 된다.

매킬로이는 현재 두바이의 최고급 호텔 체인인 주메이라, 선글라스 회사 오클리, 명품 시계업체 오데마 피게, 산탄데르은행 등과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나이키는 전통적으로 선수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모자와 의류에 나이키 로고만 보이게 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우즈와 앤서니 김 정도만 예외다. 매킬로이는 나이키와 용품 사용 계약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다른 후원사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리스트, 유명선수 번번이 뺏겨

타이틀리스트는 이번에 매킬로이와 닉 와트니(미국)를 나이키에 빼앗기는 등 번번이 ‘넘버 원’ 골퍼를 나이키에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2000년에 타이틀리스트 용품을 쓰던 우즈가 넘어갔고 우즈와 랭킹 1, 2위를 다투던 데이비드 듀발도 타이틀리스트를 버리고 나이키로 옮겨갔다.

필 미켈슨(미국)은 2004년 타이틀리스트 클럽으로 마스터스를 제패한 뒤 엄청난 계약금을 받고 캘러웨이 클럽으로 전격 교체했다. 10년 전에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타이틀리스트와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테일러메이드로 옮겨갔다.

타이틀리스트가 유명 선수들을 잡지 못하는 배경은 마케팅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회사 아큐시네트의 분위기와 관련이 깊다. 아큐시네트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선수들이 찾아와 써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게다가 너무 많은 선수들과 용품 계약을 맺어 재정적인 부담이 큰 점도 특급선수를 뺏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전 세계 80명의 골프선수와 볼 클럽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들이 성적을 내면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세계 랭킹 16위 이내에 6명(매킬로이, 애덤 스콧, 웹 심슨, 제이슨 더프너, 스티브 스트리커, 와트니)이 포진해 추가 지출이 많았다.

◆클럽 교체는 선수들에게 도박

매킬로이는 이달 말까지 유러피언투어 3개 대회에 출전해 미국과 유럽투어 동시 상금왕에 등극한 뒤 한 달 보름간 새로운 클럽에 적응하는 훈련을 거쳐 내년 1월17일 개막하는 아부다비HSBC골프챔피언십에 나이키클럽을 들고 출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매우 위험스럽다”고 우려한다. 닉 팔도는 “클럽메이커들은 선수에게 필요한 클럽과 볼을 완벽하게 맞춰주겠다고 장담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우즈는 나이키와 계약을 맺으면서도 클럽은 타이틀리스트를 쓰다가 5년 뒤에야 나이키 제품으로 교체했다. 그것도 2000년에 볼을 먼저 바꾸고 2002년에 나이키 드라이버와 아이언을 사용했다. 나이키 웨지는 이듬해부터 쓰기 시작했고 3번우드는 2005년 이후부터 들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도 퍼터는 스카티 카메론을 고수하다가 2010년 나이키 퍼터로 플레이했다. 지난해 나이키골프에서 의욕적으로 개발한 합성수지의 코어볼은 아직도 우즈에게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수년간 테스트를 거쳐 조심스럽게 클럽과 볼을 교체한 우즈와 달리 매킬로이는 두 달 만에 모든 것을 바꾸는 모험을 시도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