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시를 쓰는 미국 시인이지만 그는 시에 ‘마더’가 아니라 ‘엄마(omma)’라고 적는다. 미국에서 쓰는 명함에도 권영미라는 한국 이름이 한글로 적혀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시인 제니퍼 권 답스 씨(36) 이야기다.

그는 한국문학번역원이 개최한 ‘2012 서울작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축제는 실력 있는 한국 작가들과 외국 작가들의 교류를 위한 행사로, 한국 작가 10명이 각각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외국 작가를 선택해 파트너로 초청하는 형식이다. 그는 김기택 시인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그가 한국에 처음 온 건 2007년. 애타게 그리던 ‘엄마’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찾고 싶었지만 미국의 양부모는 그가 한국의 가족을 찾아나서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장성한 후 한국의 친모를 찾아 나섰고 결국 어머니를 작년에 만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낸 첫 번째 시집도 한국에 대한 상상과 그리움으로 썼다고 했다. 생모, 나아가 한국인 전체를 구체적으로 ‘인간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끊어진 자신의 뿌리를 이어야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는 “산이 많다는 게 끊임없이 상상했던 한국과 일치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도 임신했을 때 산을 바라보며 저를 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산을 바라보면 제 잊혀진 기억이 하나하나 복원되는 느낌입니다.”

한국 사회와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는 한국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비혼모 권리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해외 입양의 90% 이상이 비혼모 아동이고, 이는 비혼모의 육아권과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해외 입양과 한국 사회의 빈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았다. 한국인의 감성이 그대로 들어 있는 데다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역사가 담긴 노래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어린 아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면 감성이 아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 좋아요. 또 7080 세대의 노래도 즐겨 듣습니다.”

김소월과 남진우 시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언젠가 한국에서 제 번역 시집을 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