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11~12월 두 달 동안 20종에 이르는 신차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3일에 한 대꼴로 신차가 등장하는 셈이다. 내수 부진 속에서도 수입차 판매량은 늘어나는 점을 겨냥, 일찍 2013년형 모델을 내놓아 내년도 판매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 수입차 업체들의 전략이다. 현대차와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신차와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내놓으며 수입차 공세에 맞설 예정이다.

◆두 달 동안 신차 20종

11월의 첫 테이프는 한국도요타가 끊는다. 이 회사는 1일 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벤자’(4700만~5200만원)를 출시한다. 국내 출시 모델은 외관 디자인을 중심으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된 2013년형 모델로 3.5ℓ 엔진의 4륜 구동(AWD)과 4기통 2.7ℓ 엔진의 전륜 구동 두 가지로 구성됐다. 한국형 내비게이션, 파노라마 선루프,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 등 고급 옵션을 기본 장착했다.

벤자를 시작으로 BMW코리아가 6시리즈 고성능 모델인 ‘뉴 M6’를,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G바겐’을 연이어 선보인다.

푸조도 소형 해치백 모델인 신형 ‘208’로 판매량 늘리기에 나서고, 아우디코리아는 SUV 모델인 ‘Q5’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지난달 ‘과거의 영광 재현’을 선언한 혼다코리아가 CUV 모델인 ‘오딧세이’와 대형 SUV ‘파일럿’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혼다코리아와 함께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닛산은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에서 중형 세단 ‘M’의 4륜구동 모델로 올겨울 4륜구동 세단 판매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12월에도 포드코리아가 야심작으로 중형 세단 ‘올 뉴 퓨전’을 출시하고, 이에 맞서 혼다코리아가 동급 세단 ‘뉴 어코드’로 정면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혼다코리아는 뉴 어코드와 함께 2종의 모델을 더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재규어와 지프 등도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고성능 컨버터블 모델인 ‘뉴 SL 63 AMG’를 앞세워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차가 3~4일에 한 대꼴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경쟁사의 출시 일정을 피하다 미처 출시하지 못한 모델들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1~9월 9만5706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만9694대보다 20.1% 늘어났다.

◆국산차 “내수시장 지켜라”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맞불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2일 중형세단 ‘SM5’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SM5 플래티넘’을 공개한다. 차량 주행 시, 좌우 사각 지역에서 차량이나 물체가 접근할 때 이를 감지,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인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사양을 추가했다. 르노삼성은 이 같은 안전사양을 적용해 상품성을 개선한 2013년형 ‘SM7’도 이달 중순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는 이달 중순 준대형 세단인 ‘K7’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해 그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K7의 분위기를 바꿀 계획이다. 차량 앞부분에 ‘K9’ ‘K3’와 같은 ‘호랑이코 그릴’이 적용되면서 풀체인지(완전변경) 수준으로 변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쌍용차도 ‘체어맨 H’ ‘렉스턴 W’ 등 대형 차종에 ‘하만그룹’의 고급 사운드

스템을 적용해 상품성을 강화한 모델을 내놓고 1일부터 판매한다. 하만그룹은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스피커 시스템 제조사다.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소형 해치백부터 대형 SUV, 고성능 세단까지 여러 차종을 일제히 내놓으며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며 “자유무역협정(FTA) 효과에 개별소비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져 상대적으로 차종이 단순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