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일부터 한국에서 판매하는 7.9인치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는 4인치 아이폰5와 9.7인치 아이패드 사이의 틈새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상품이다. 일주일 동안 사용해본 소감으로는 지하철에서 전자책을 읽는다든지 야외에서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용도 등으로 유용할 것 같았다.

기존 아이패드(1, 2, 3)는 무게가 650~700g으로 지하철에서 한 손으로 들고 웹서핑을 하거나 전자책을 읽기엔 무거웠다. 아이패드 미니는 무게가 308g으로 아이패드3(뉴아이패드·652g)의 절반도 안돼 한 손으로 들고 오래 사용해도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두께가 아이패드3의 82%에 그쳐 얇은 책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손만으로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 페이지를 넘길 때는 엄지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툭 치거나 화면에 대고 끌어올리면 된다.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 출시에 맞춰 전자책 프로그램 ‘아이북스’를 업데이트해 책의 일부 구절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사용해 보니 이 기능도 제법 쓸 만했다.

아이패드 미니는 지하철 같은 곳에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인터넷 서핑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화면 밝기나 글씨 크기는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패드 미니가 천장 불빛을 반사할 땐 방향을 틀어줘야 하는 게 불편했다. 배터리 수명은 아이폰 충전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겐 그다지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서울 하늘공원에서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4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각각 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공유해 봤다. 아이패드4는 해상도가 아이패드3와 같고 똑같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는 데도 더 선명해 보였다. 아이패드 미니로 찍은 사진의 화질은 아이패드2 또는 3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폰의 2~3배 크기인 뷰파인더를 보며 사진을 찍기 때문에 피사체를 맘에 드는 구도로 담을 수 있다. 사진을 편집할 때 좌우 기울기를 그다지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 산에 오를 때 무거운 DSLR 카메라 대신 아이패드 미니를 윗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좋겠다 싶었다.

아이패드 미니에서는 사진편집 앱 ‘아이포토’, 동영상 편집 앱 ‘아이무비’, 문서작성 프로그램 ‘키노트’, 통합 뉴스 앱 ‘플립보드’ 등 아이패드에서 사용해온 앱을 깔아 그대로 사용했다. 일부 앱을 내려받을 때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 점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문제는 없었다. 애플 앱스토어에 아이패드 전용 앱이 27만5000개나 올려져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애플이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에 적용한 시계 앱은 탁상시계 대용으로도 적합하다. 스위스 철도역사 시계를 닮은 둥그런 시계를 띄워 책상에 올려놓으면 시간 파악하기에 좋다.

아이패드 미니에서 아쉬운 것은 애플지도와 음성인식 개인비서 시리다. 애플지도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허점이 많다. 시리는 영어로 묻고 답할 땐 똑똑하지만 한국어로 질문하면 엉뚱한 답을 하기 일쑤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