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전소…불탄 지정 문화재 없어 '다행'

31일 오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로 전소한 전북 정읍시의 천년고찰 내장사(內藏寺)의 대웅전(89㎡)은 절의 중앙에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내장사는 오색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이 감싸고 있어 가을철이면 불자는 물론이고 단풍 행락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 절은 백제시대(636년)에 창건됐으며 여러 차례 소실과 재건을 거듭하다 1938년에 현 위치에 지어졌다.

대웅전도 한국전쟁 때 내장사 대부분이 전소했을 때 함께 불탔다가 1958년 재건돼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특히 대웅전은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자금을 댔던 민족종교 '보천교'의 정문에 속하는 보화문을 해체 복원한 것이어서 역사적 사실을 아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보화문은 애초 2층 형태의 건물이었으나 2층은 생략되고 내장사로 옮겨와 대웅전으로 복원되면서 단층으로 축소됐다.

다른 사찰의 대웅전과 달리 내장사 대웅전을 받치는 높이 3m가량의 기둥이 모두 돌로 된 점도 독특하다.

또 못을 단 한 개도 사용하지 않고 지어진 목조건물로도 유명하다.

내장사 대웅전은 지정 문화재는 아니며 내부에도 주요 문화재는 없다.

다만 인근 절 건물에 전북도 문화재(49호)인 '조선동종'이, 대웅전 앞에는 부처팀 사리를 모신 3층 진신사리탑이 있다.

대웅전 주위에는 불출봉, 서래봉, 금선계곡, 천연동굴인 용굴, 문필봉 등이 자리잡아 경치가 일품이다.

가을철 남쪽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내장산 오색단풍을 보려고 50여만명이 다녀가며, 이중 상당수가 절과 대웅전을 둘러보며 깊어가는 가을의 진수를 음미한다.

특히 내장산 단풍은 이번 주가 가장 절정이어서 이곳을 찾은 행락객들이 뜻하지 않은 화재가 발생하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매년 가을이면 단풍구경을 위해 내장사를 찾는다는 이연주(29 완주군 소양면) 씨는 "이번 불로 오색단풍이 내려앉은 고즈넉한 대웅전을 볼 수 없게 돼 절을 찾는 불자는 물론 단풍 관광객들의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정읍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k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