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헤친 셔츠, 헝클어진 머리, 미국의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를 닮은 구레나룻.

악실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경제부 차관(41)의 트레이드마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 “키실로프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행정부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2010년 정부에 처음 발을 들인 ‘아마추어’ 차관이 아르헨티나의 굵직한 경제 정책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

키실로프는 지난 5월 스페인 석유기업 YPF의 국유화를 주도했다. 현재 YPF 이사회의 의장이면서 아르헨티나 에너지산업 감독권까지 가지고 있다. 다국적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의 아르헨티나 지사장인 주앙 호세 아랑구렌은 “키실로프는 산업 감독권 덕에 로열더치셸의 내부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며 “키실로프에게 주어진 권한이 과하다”고 비판했다.

키실로프는 대학교수 출신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에서 마르크스경제학을 강의했다. 일천한 공직 경험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눈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정치학자인 카를로스 제르마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모든 경제정책의 막후엔 키실로프가 있다”고 지적했다.

키실로프가 떠오른 별이라면 기예르모 모레노 국내무역부 장관(57)은 전임 정부 때부터 포퓰리즘의 아이콘이었던 인물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각종 수입 규제에 앞장섰다.

그의 별명은 ‘미스터 보호무역.’ 틈만 나면 재계에 “무역흑자 달성을 위해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라”고 압박한다. 지난 2월 수입품 사전 신고제를 도입했고 3월엔 외국산 서적 수입을 막았다. 축산업 보호를 위해 돼지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각종 경제통계 조작도 모레노 장관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그의 사무실 앞에선 100여명의 시민들이 “권력에 빠져 통계 조작을 일삼는 모레노는 물러가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