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지난 9월부터 ‘비사(秘史)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실록’을 매주 화·목요일자에 총 17회 연재했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결정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발굴해 ‘MB노믹스’를 제대로 평가해보자는 취지였다. 매회 섣부른 평가로 결론을 내기보다는 당시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정을 했는지 파헤쳐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한경 특별취재팀은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최근까지 주요 경제정책 결정에 관여한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 장·차관에 이르기까지 핵심 관계자 40여명을 수시간씩 직접 인터뷰했다. 이들과의 인터뷰 녹취만 150시간 분량에 달한다. 이들의 회고와 증언은 90% 이상 실명(實名)으로 기사화했다. 증언의 신뢰도를 높여 ‘MB노믹스’의 실체적 진실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연재 기사를 최종 탈고한 지난달 31일 저녁 특별취재팀 네 명이 편집국 회의실에 모여 방담회를 가졌다. 취재 뒷얘기와 미처 신문에 담지 못했던 비화, ‘MB노믹스’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차병석 정치부 차장(특별취재팀장)=지난 5월부터 4개월간의 준비와 취재를 거쳐 ‘비사 MB노믹스’를 9, 10월 두 달 동안 연재했습니다. ‘아직 끝나지도 않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비사를 왜 지금 취재하느냐’고 지적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MB노믹스’ 취재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땐 새 정부의 정책에 모든 이목이 집중돼 ‘MB노믹스’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임기 중 정부의 정책 비사를 취재해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죠.

▷이심기 경제부 차장=심지어 편집국 내부에서도 다 끝나가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되돌아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은 ‘MB노믹스’를 다룰 가치가 있느냐는 얘기였죠. 하지만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올수록 더 집요하게 ‘MB노믹스’를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실패한 것인지,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 규명해야 다음 정부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테니까요.

▷서욱진 산업부 차장=임기 중인 정부의 정책 비사를 취재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책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현직에 있기 때문에 핵심 관계자들이 증언을 꺼렸죠. 하지만 공정한 평가와 정확한 기록을 위해 증언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설명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설득에만 한 달 가까이 걸리기도 했죠.

▷류시훈 금융부 기자=같은 사안에 대해 엇갈리는 증언도 많았습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발판이 됐던 한·미 통화스와프(맞교환)에 대해 재정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의 증언은 완전히 상반됐습니다. 그럴 땐 양측의 증언을 가감 없이 기록했습니다. 독자들이 균형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차=취재 과정에서 뒷얘기도 많았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취재원은 이명박 정부 초대 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었습니다. 강 회장은 몇 시간씩 총 세 번의 인터뷰를 했는데, 그 때마다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갖고 인터뷰에 응했죠. 날짜별로 주요 회의 일정 등을 꼼꼼히 메모한 지난 4년간의 다이어리 수첩을 들고 나와 직접 보여주며 사실을 확인해주기도 했습니다. 메모광인 강 회장이 그날그날 느낀 소회를 한 단어나 문장으로 수첩에 기록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서=신문엔 못 실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첫 청와대 서별관 회의(비공식 경제장관회의) 장면도 재밌었어요. 이 회의는 2008년 3월 어느 날 아침 6시30분에 열렸는데, 주변에 문을 연 식당이 없어서 장관들의 아침 식사로 편의점 김밥이 제공됐다고 합니다. 그 차가운 김밥을 강만수 장관은 맛있게 먹은 반면,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입에도 안 댔다고 하더군요. 이들은 식성만큼이나 경제철학과 노선도 달라 불협화음을 빚곤 했습니다.

▷이=이성태 전 한은 총재를 직접 인터뷰한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전직이지만 한은 총재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이 전 총재는 자신에 대한 퇴진 압력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와 재정부의 금리인하 요구 등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류=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의 비화는 간접 루트로 이 대통령의 육성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증언에서 자신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 중동 비즈니스를 했던 경험과 사실상 프랑스로 넘어간 원전 수주 건을 뒤집은 전말, 2009년 12월 말 UAE를 직접 방문해 아부다비의 왕세자에게 특전사 파병을 제안한 비화 등을 소개했습니다. 특전사 파병은 정부가 그동안 UAE 요청을 받아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한 건 취재팀의 성과 중 하나였죠.

▷차=기사가 나간 뒤 추가 제보도 많았습니다. 특히 한·미 통화스와프가 그랬죠. 지금까지는 재정부가 미국 재무부를 상대로 ‘공중전’을, 한은은 미 중앙은행(Fed)을 대상으로 ‘지상전’을 펼친 결과로 알려져왔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은 뉴욕사무소 부국장(외환운용 데스크)이었던 윤용진 씨가 이른 시기에 개인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였다는 제보가 있었고, 일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특정 부처나 한 사람의 공(功)이 아니라 재정부와 한은 관계자들의 종합적 노력의 ‘합작품’이란 게 취재팀의 잠정 결론입니다.

▷이=어쨌든 우리가 쓴 비사가 ‘MB노믹스’를 평가할 때 사초(史草)가 됐으면 합니다. 물론 우리 기사가 진실의 100%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들을 장시간 직접 인터뷰해 정책결정 과정을 사실에 최대한 가깝게 기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흡한 부분은 추가 취재 등을 통해 계속 보완해야겠죠.

▷서=올해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도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 경쟁이 실종된 모습인데, 그런 점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 비사들이 각 캠프에 참고자료와 자극제가 됐으면 해요. 국민들이 미래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요.

시리즈를 마치며

‘비사 MB노믹스’가 연재된 지난 두 달간 독자 여러분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경제관료, 경제학자는 물론 정치인, 기업인 등 오피니언 리더층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한경 본사까지 직접 찾아와 연재물이 실린 신문 가판을 가져가 읽을 정도였습니다. 한 경제부처 차관은 매주 화·목요일 한경의 ‘비사 MB노믹스’를 읽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미흡한 기사에도 아낌 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임기 중인 정부의 현직에 몸 담고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실 기록을 위해 사실 확인과 증언에 긴 시간을 기꺼이 할애해주신 40여명의 핵심 취재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경 특별취재팀은 신문 연재에 미처 싣지 못한 새로운 주제를 추가하고, 취재 내용을 더욱 보강해 올해 안에 ‘비사 MB노믹스’를 책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특별취재팀
차병석 정치부 차장(팀장), 이심기 경제부 차장, 서욱진 산업부 차장, 류시훈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