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체제' 출범부터 당·정·군 모두 장악 "中, 오바마 정부와 새 대국관계 만들겠다"
중국 사회주의 역사상 처음으로 당·정·군 권력을 모두 갖고 출범하는 시진핑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대국외교’를 제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연설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평화와 발전의 길을 걸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인대는 이에 앞서 지난 16일 부총리, 국무위원, 부장(장관) 등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주요인사 선출을 마무리했다.

○미국과 새로운 대국관계 만들 것

시 주석은 이날 폐막 연설에서 “중국은 변함없이 평화 발전의 길을 걸을 것”이라며 “마땅히 짊어져야 할 국제적 책임과 의무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도 “중국이 계속 발전하려면 국제평화 환경이 중요하다”며 “중국은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패왕 행세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중국은 오바마 정부와 공동으로 새로운 대국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의 이런 발언은 최근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 과정에서 제기된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키면서도 앞으로 국력에 걸맞은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 총리는 “평화 발전의 길과 국가주권 보호, 이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과 리 총리는 또 부패 척결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시 주석은 “본인 스스로 인민의 감독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부패 척결을 제1과제로 추진해나갈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리 총리는 중국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도시화에 대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체제' 출범부터 당·정·군 모두 장악 "中, 오바마 정부와 새 대국관계 만들겠다"

○시-리 체제 첫 내각은 과도 내각

전인대는 16일 리 총리의 제청을 받아 4명의 부총리와 5명의 국무위원 그리고 25명의 부장을 선출했다. 장가오리 정치국 상무위원, 류옌둥 국무위원, 왕양 전 광둥성 서기, 마카이 전 국무원비서장 등이 부총리로 뽑혔다. 국무위원에는 양징 국무원 비서장, 양제츠 전 외교부장, 창완취안 중앙군사위원 겸 국방부장, 궈성쿤 공안부장, 왕융 국무원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 주임 등이 뽑혔다. 장관급인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을 비롯 15명의 부장은 유임됐다.

새 내각에 대해 홍콩 언론들은 ‘노인내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장관급 인사 25명의 평균 연령은 만 60.8세로 10년 전 후진타오 정부 출범 당시의 58.7세에 비해 2.1세 많다. 10년 전에는 절반이 넘는 15명이 새로 장관급 인사에 임명됐지만 이번에는 신임 각료가 9명에 그쳤다. 왕위카이 중국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신임 부장 절반이 만 60세가 넘는다”며 “장관급 인사들은 65세가 되면 은퇴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내각은 과도적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공청단)가 국무원의 최대 계파로 부상했다고 홍콩의 명보가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리 총리를 비롯해 왕양·류옌둥 부총리, 양징 국무위원, 황수셴 감찰부장, 리리궈 민정부장, 우아이잉 사법부장, 장다밍 국토자원부장, 양촨탕 교통운수부장, 차이우 문화부장 등 10명이 공청단파로 분류된다. 반면 장쩌민 전 주석과 시진핑 계열인 상하이방·태자당 연합세력은 장가오리 부총리를 비롯 창완취안·궈성쿤·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등 6명이다.

이번 전인대 각종 표결 과정에서 일부 반대표가 속출해 단순 요식행위로 여겨졌던 투표행태가 주목을 받았다. 전인대 환경및자원보호위원회 주임 선거에서는 반대표가 850표(30%)에 달했고, 저우성셴 환경부장(장관) 유임안에도 7.4%(반대 171표,기권 47표)의 거부표가 나왔다. 최근 수질 및 대기오염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장웨이신 주택건설부장, 위안구이런 교육부장의 유임안에도 반대표가 100표가 넘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