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비 과장 문제로 급락했던 현대·기아자동차의 주가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지난 5일 7.21% 하락했던 현대차의 주가는 6일 4.26%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연비 하향 조정을 발표한 즉시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사과 광고를 게재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도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6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현대·기아차 구매자들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13개 차종의 연비가 부풀려졌다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지 나흘 만이다. 4일에는 2012년식 기아차 리오(현지명 프라이드)와 2013년식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를 계약한 미국 소비자 2명이 해당 차종의 구매와 리스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미국 오하이오 남부 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중국 증권일보는 “중국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다 표시 차량을 판매 중인데 중국 소비자에게는 어떤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 YMCA는 이날 “같은 차종을 비교했을 때 국내 연비가 미국보다 20~30% 높게 표기돼 있다”며 현대·기아차 전 차종의 연비 표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올초 미국에서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를 구입한 소비자가 연비 과장 문제로 배상 판결을 받은 후 줄소송으로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연비 측정 절차상 오류를 인정하고 적정 수준의 보상을 제시한 만큼 소송이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보상범위와 방법,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추가 소송에 따른 변호사 선임 비용과 추산하기 어려운 피해보상을 최소화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연비를 포함해 전 분야에 걸쳐 점검을 실시하고 구매 취소, 불매운동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는 연비 측정과 인증 방식이 달라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연비는 EPA 연비측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회사가 차량의 연비를 자체적으로 측정해 보고한 뒤 표기한다. 타이어 수명, 테스트 실내온도, 도로노면저항 등의 조건이 미국과 다른 국가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연비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회사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반면 유럽, 인도, 중국, 브라질은 현지 생산 차종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한 차도 정부 기관의 인증을 거친다. 국내에선 자동차 회사가 측정한 연비를 에너지관리공단이 사후 확인해 공인한다.

지식경제부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공인 연비 검증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송유종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은 “지난해 말 출고된 모델 중에서는 실제 주행연비가 법률적 오차범위 5%를 넘어선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 전 차종의 연비를 전수 조사할 가능성은 낮다”며 “앞으로 전체 모델의 3%, 인기 차종 위주로 연비를 검증했던 것을 미국처럼 1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