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탄탄대로를 걸어왔다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자갈밭을 걸을 것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45·사진)은 중국이 걸어온 10년과 앞으로 10년의 경제 환경을 이같이 요약했다. 권좌에 오른 뒤 시진핑의 경제 운영이 그만큼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쓸 만한 카드가 많이 줄었다. 그는 “인건비가 오르면서 수출 의존형 경제성장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실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집값 급등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어 집권 직후 선심성 부양책을 내놓기도 부담스럽다.

지 연구위원은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중국 국유기업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사무소장을 지낸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경제 전문가다. 그는 “시진핑 시대에 중국은 연 7~8% 정도 성장률을 유지하며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꾸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며 “고속성장의 과실을 안팎에 과시했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내딛는 걸음마다 돌부리에 걸리며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기 중국 정부가 달성해야 할 경제정책 과제는.

“성장 전략을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 전체가 수출에 의존하는 모델은 한계에 다다른 만큼 13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 소비를 촉진하고 민간기업들의 투자도 늘려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국유기업 중심의 투자는 효율성이 낮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전력 통신 교통 석유화학 등 여러 분야가 민간 자본에 개방될 것이다.”

▷경제 과제에 따른 정책 변화를 예측한다면.

“노사관계에서 기업보다 노동자를 더 중시하는 좌파적 색깔이 짙어질 것이다. 소비가 늘어나려면 임금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정책 전반도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법론일 뿐 근본적인 ‘좌클릭’은 아니다. 민간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회계 투명성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은행들이 회계상 불확실성을 들어 대출을 꺼리는 관행부터 개선하기 위해서다. 고위 관료를 등에 업은 국영기업의 독과점 구조를 끊기 위해 집권 초기에 관련 비리 조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

▷시진핑과 리커창 간의 알력이 경제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계파 다툼은 정권 출범 과정에서 나타날 뿐 이후 통치 과정에서 표면화할 가능성은 낮다. 일부 지역에 도움이 되더라도 전체적인 정책 안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중국 공산당 내에 형성돼 있다. ”

▷내수 중심으로 경제 체질을 전환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최소 3~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임금 상승은 기업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고 국유기업 개혁과 관련해서도 당내 이해 관계자들이 반발할 것이다. 과제 하나 하나가 쉽지 않다. 희망적인 것은 중국을 대체해 ‘세계의 공장’이 될 만한 나라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 체질 전환에 따른 비용을 기업들이 함께 부담하면서도 중국을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