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美대선 유세전 결산] 머니게임·인종대결·네거티브 얼룩졌지만…정책으로 겨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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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세율인하 놓고 치열한 공방
'흑백대결' 오바마지지 백인, 롬니 쪽으로
'흑백대결' 오바마지지 백인, 롬니 쪽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가 6일 0시(미국 동부시간) 뉴햄프셔주의 작은 산간마을 딕스빌노치와 하츠로케이션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서 치러졌다.
당선 윤곽은 최대 경합주인 버지니아와 오하이오의 투표가 마감되는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간 7일 오전 9시)께 CNN ABC 등 5개 방송사의 공동 출구조사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은 “대세는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지만 최종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볼 때까지 장담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념 대결…선택 강요받은 유권자
NBC방송은 5일 전국 34개주에서 2900만명이 이미 조기투표를 실시해 역대 어느 때보다 투표 열기가 높다고 전했다. 투표율은 오바마가 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2008년의 58.2%를 웃돌 전망이다.
유권자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선거 쟁점이 일자리 창출, 세금, 복지 등 중산층 삶과 직결된 경제 문제이기 때문이다. 폴 벡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성적표를 놓고 국민들이 오바마 정부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게 이번 대선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사모투자펀드에서 성공한 사업가 출신의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시종일관 “민간 분야 경험이 없는 오바마가 4년 동안 경제를 망쳤고 재정을 거덜내고 중산층을 묻어버렸다”고 공격했다. 오바마는 “부자증세를 반대하는 롬니는 부유층을 대변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받아치는 등 공방전이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선거 과정에서 이웃이 다투는 일이 잦아지는 등 미국이 크게 분열됐다”고 우려했다.
유권자들은 어느 때보다 분명한 선택을 ‘강요’받았다. 재정적자 해소와 중산층 복지 개선을 위해 ‘오바마의 부자증세’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롬니의 세율 인하’를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이 둘로 쪼개졌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이념 대결 양상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머니게임과 인종 대결로 얼룩진 선거
이번 선거는 사상 최대 규모의 머니게임을 동반한 ‘역겨운 선거판’이란 오명을 남겼다. AP통신은 이날 두 후보 진영이 사용한 선거자금이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008년 대선 때 세운 기록 18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WP는 대선을 포함해 같은 날 치러진 연방 상원의원(3분의 1), 연방 하원의원(전원), 주지사(11명) 등 전체 선거에서 60억달러가 뿌려진 것으로 추정했다.
각 후보들의 외곽조직인 ‘슈퍼팩(Super PAC·독자적 정치행동위원회)’의 무제한 선거자금 기부가 허용되면서 백만장자들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벡 교수는 “슈퍼팩의 기부자금이 대부분 TV 광고 비용으로 쓰이면서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종 대결 양상도 나타났다. 2008년 대선 때 오바마를 지지했던 백인 중산층 가운데 상당수가 롬니로 돌아섰다. 여론조사에서 백인들의 롬니 지지율은 2008년 대선 때 존 매케인 지지율(55%)보다 높은 60%에 육박했다. 이에 질세라 오바마는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흑인들을 겨냥해 조기투표를 권고했다. 유권자의 10%에 달하는 히스패닉의 표심을 사기 위해 선거 막판에 이민법 개혁도 내놓았다.
◆클린턴과 레이건의 가상 대결
오바마가 지난 9월 전당대회 후 상승세를 탄 데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흑백 인종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국면에서 ‘성공한 경제대통령’인 클린턴의 한마디, “롬니는 틀렸다” 발언이 롬니의 상승세를 꺾는 계기가 됐다. 오바마는 유세기간 내내 “지금보다 부유층 세율이 높았던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정적자는 흑자로 돌아섰고 2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롬니는 “레이건의 감세정책 덕분에 1980년대 미국 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하고 호황을 누렸다”고 역설했지만 레이건의 지원 사격은 없었다. 클린턴은 선거 막판까지 경합주를 돌며 ‘오바마에 4년 더’를 외쳤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