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뇌관 된 '國富民貧'…고강도 개혁은 국가 생존의 문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中 새로운 10년, 시진핑 시대 열린다 (下) 시진핑 체제의 과제
후진타오의 '황금 10년' 부작용도 심각
부패·빈부격차 확대로 사회적 불만 팽배
국유기업 독점 철폐·내수중심 성장 시급
권력 장악력 약해 점진적 개혁 그칠 수도
후진타오의 '황금 10년' 부작용도 심각
부패·빈부격차 확대로 사회적 불만 팽배
국유기업 독점 철폐·내수중심 성장 시급
권력 장악력 약해 점진적 개혁 그칠 수도
“정체나 퇴보는 죽음을 뜻한다. 개혁 없이 발전도 없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추스(求是)는 최근 “공산당은 개혁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는 논평을 실었다.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도 8일부터 열리는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연일 정치·경제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개혁·개방을 외쳐왔던 중국 관영 언론들이 새삼스레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그만큼 팽배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민일보의 온라인 매체인 인민망이 ‘현재 당신이 18차 당대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물은 설문조사에서 3만8000여명의 응답자들은 경제 발전(7.8%)보다는 민주정치(30.6%), 사회민생 안정(22.0%), 부정부패 청산(16.9%) 등을 꼽았다.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체제의 최대 화두가 개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꾸로 간 개혁
인민일보는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10년을 ‘황금 10년’이라고 규정했다. 원래 ‘황금 10년’은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주석이 군벌을 타도하고 난징에 중앙정부를 수립해 급속히 현대화를 추진했던 1927~1937년을 말한다. 후진타오 집권 10년간 그만큼 중국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년간(2002~2011년) 중국이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이 기간 중국은 연평균 10.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률 3.9%에 비해 거의 3배나 성장한 것이다. 외환보유액도 3조2800억달러로 세계 최대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개최했고, 올해 유인우주선을 우주에 쏘아 보냈다. 항공모함도 건조해 세계 군사강국으로서 위상도 높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가 신음하고 있을 때 4조위안을 풀어 세계 경제를 구원한 것도 중국이었다.
반면 중국은 부자가 됐지만 중국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중국 GDP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낮아져 2009년 현재 8%에 불과하다. 미국의 58%, 한국의 44%, 필리핀의 27%에 비하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중국 소득 상위계층 10%와 하위계층 10% 간 격차는 1988년 7.3배에서 지난해 23배로 크게 벌어졌다.
이런 국부민빈(國富民貧) 현상은 국유기업의 비대화와 무관치 않다. 경제적 이익을 독점 국유기업들이 싹쓸이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지역·계층 간 빈부격차가 확대돼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메커니즘이 구축됐다는 것이다. 허셰(和諧·조화)사회를 국정이념으로 내걸었던 후진타오 정권은 외형만 키웠지 내용은 거꾸로 갔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경제학의 대부로 불리는 우징롄(吳敬璉)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학술위원회 부주임은 “중국의 빈부격차는 부정부패와 국유기업의 독점이 낳은 병폐”라며 “중국 경제는 임금을 기반으로 한 소비로 성장을 추구하는 발전 방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부민빈 현상은 중국 경제성장의 발목도 잡고 있다. 지난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7.4%로 3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이 변화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5년 이후 5%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존을 위한 개혁
전문가들은 이번 18차 당대회에서 중국 공산당 서열 1, 2위에 오를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생존을 위한 개혁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큰 방향은 소득 분배 개선과 내수 중심 경제 발전이다.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첫 리트머스 시험지는 내년 3월 이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 분배 개선 방안이다. 이 방안에는 국유기업의 독점적 이익을 사회에 배분하고, 근로자 임금을 인상하며 감세와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그러나 최근 국유기업의 임금 등을 공개하는 임금조례가 폐지되고 수입 분배 방안도 구체적 내용이 없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진핑 부주석을 ‘중국을 변화시켜야 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과거와 단절하고 강도 높은 정치개혁을 감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정치적 계파들이 가장 무난한 사람으로 시진핑을 옹립했는데 그가 기존 질서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중국 전문가인 로데릭 매파커 하버드대 교수는 “시진핑은 후진타오 주석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정책적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며 “전임자보다는 개혁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지만 과감한 개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커창 부총리는 지난 2월 세계은행과 합작으로 ‘차이나 2030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중국이 2030년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국유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민영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장 중심의 구조적 개혁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어 새 정부의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내용에 대해 기득권층의 반발이 확산되자 리커창은 막판 보고서에 추천사를 쓰지 않았다. 권력 이양을 앞두고 반대파들의 반발을 우려해 침묵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조영삼 한국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정권 장악력이 약한 시진핑 체제가 강력한 개혁정책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부의 충격에 따라 점진적인 개혁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