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에 있는 공장은 지리적으로 도쿄보다 한국에 가까운 곳입니다. 이미 품질 수준은 일본만큼 높아져 가격경쟁력만 있다면 한국 부품 조달을 늘리겠다는게 회사 방침입니다.”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자동차부품 구매를 위해 한국을 찾은 닛산 구매관리부 슈야 오바라 씨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 부품의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며 “자동차 핵심인 엔진 부품까지도 해외로부터 공급 받기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며 한국 부품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산 부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날 개막한 ‘한일 부품소재 조달공급 상담회 2012’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10대 자동차업체를 비롯 기계, 철강, 화학, 조선 등 일본 굴지의 기업 44개사가 방한, 국내 중소기업들과 부품 조달을 위한 상담회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한일재단, 일본의 일한재단 등이 주최하고 지식경제부, 경제산업성,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했다. 이주인 다케오 일본 경산성 한국실장은 “환율 문제, 일본 대지진 이후 공급처 다변화 전략 등의 영향으로 한국 부품에 관심을 갖는 일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양국 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요타·닛산 등 참여

한일 부품 소재 상담회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당시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부품 소재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마련됐다. 2009년부터 매년 한국에서 상담회를 갖고 양국 간 부품 공급, 공동 개발, 투자 확대 등 다방면에서 협력 기회를 찾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11개사)의 네 배에 달하는 44개사가 참여, 한국 부품에 대한 일본 기업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태국 대홍수 등으로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은 자동차 등 일본 제조업체들이 공급망을 재정비하면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 비축량을 두 배로 늘리는 동시에 단일 공급선에서 탈피해 복수업체를 두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제휴, 위탁생산 등도 논의

이번 행사에서는 수출입 위주의 상담에서 벗어나 기술제휴, 위탁생산 등 보다 진화된 협력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마테크, 기계제작업체 쇼와기연, 철강업체 안텍 등은 한국 중소기업과 기술제휴를 검토하고 있고 우스다공업(자동차부품), 후지타제작소(기계), 후지전기가와사키공장(기계), 히타치플랜트메카닉스(플랜트), 인터내셔널알로이(화학) 등은 위탁 생산 업체를 찾고 있다.

반도코리아의 다카하시 오사무 상무는 “공급처의 요구가 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은 일본 기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국업체가 빠르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