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경제였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폴 벡 명예교수(70·정치학·사진)는 전화통화에서 “지지부진한 경제를 누가 더 잘 이끌 수 있는지를 놓고 벌어진 경쟁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겼다”고 해석했다.

▷이번 대선이 2008년 대선과 다른 점은.

“2008년에는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금융위기와 이라크전쟁 여파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공화당을 상대로 대결을 벌였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쫓겨나듯 물러났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그런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못하면서 오바마가 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미트 롬니 후보와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더딘 경제 회복에 발목 잡힌 오바마 대통령이 고전 끝에 승리했다.”

▷오바마가 승리한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경제였다.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오바마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롬니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흑백 인종대결 양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한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일부 유권자들이 흑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3%가량의 득표를 잃었다고 본다.”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 역할을 놓고 서로 다른 철학과 이념이 충돌한 선거였다. 롬니는 작은 정부를, 오바마는 큰 정부를 주장했다. 롬니는 국방비 확대를 강조하고 복지지출 축소를 주장했으나 오바마는 그 반대였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과제는.

“의회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부시 전 정부가 도입했던 감세 혜택이 중단된다. 정부 재정지출이 갑자기 줄어드는 ‘재정벼랑’ 위기를 해소하는 게 가장 큰 당면 과제다.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점차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조정하면서 정부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짜야 한다. 하원을 다시 장악하게 된 공화당과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