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이상' 믿었더니 감기에다 성적부진

국산마 경주에 출주시킬 말을 물색하던 마주 A씨는 2008년 3월 경주마생산자협회 주최 경매장을 찾았다.

A씨는 어렵사리 1억원짜리 경주마를 낙찰받아 손에 넣었다.

기대에 부푼 그는 경주마를 데려와 신체 실측을 해보다가 속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협회가 공지한 경매마 체측결과에는 말의 체고(키)가 157cm로 나와 있었으나 다시 측정한 결과 151.5cm에 불과했던 것이다.

A씨는 원래 소유자였던 B씨의 목장을 찾아갔다.

B씨는 '경매마에 하자가 있으니 대금을 돌려달라'는 A씨에게 경매마의 동생말을 보여주면서 "원래 사간 말이 내년 2월까지 경마에서 3승 이상 못하면 이 동생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B씨는 이어 "만약 동생말이 경마에서 승승장구해 돈을 벌면 동생말 값을 지불하고 동생말마저 성적이 안 좋으면 아예 돈을 받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B씨로부터 확인서까지 받고 돌아온 A씨는 그 다음 달 경매마를 마방에 입사시켰다.

그러나 승률을 보장한다던 경매마는 계속되는 감기와 기관지염에 시달리면서 컨디션이 나빠져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몇 달간 치료를 마치고 드디어 2008년 말 두 차례 일반경주에 출주했다.

최하위 그룹인 6군에선 1등을 했지만 5군에선 8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산 경주마는 능력과 성적에 따라 1~6군으로 나눠진다.

결국 2009년 2월까지 약속했던 3승을 달성하지 못하자 A씨는 B씨에게 동생말을 요구했다.

그러자 B씨는 오히려 A씨가 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B씨가 동생말 인도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동생말 나이도 4세가 넘어 사실상 경주마로서 수명이 다하자 A씨는 경매마 매매대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경주마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매매대금 1억원을 반환하되 말은 돌려주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매마가 3승을 올리지 못하면 동생말을 주기로 약정했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만큼 경매마 매매대금 1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