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던 상장회사 최대주주, 대표이사 등의 권유를 받고 신주를 인수했던 투자자들이 최대 수십억원대 증여세 폭탄을 맞았다.

상장사인 대한뉴팜은 2007년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의했고, 같은 해 32명이 신주 약 344만주를 주당 8010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과세당국은 이들이 시가(주당 1만3973원)보다 주당 5963원씩 싸게 배정받았다는 이유로 증여세를 부과했다. 158만여주를 배정받은 조모씨의 경우 37억여원, 다른 사람들도 3억~7억여원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받는 등 소송 참가자 23명 기준 증여세 부과 총액은 58억여원이었다. ‘증여세 폭탄’을 맞게 된 이들 중 일부는 과세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김인욱)는 조씨 등 23명이 반포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이 패소한 것은 법에 정해진 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장사 등이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면서 50인 이상(특수관계인 제외)에게 권유한 경우에는 투자자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소송 과정에서도 50인 이상에게 권유가 들어갔는지 여부가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다.

투자자들은 “유상증자 당시 50인 이상에게 권유가 들어갔다”고 주장하며 60인의 명단이 기재된 청약 권유자 현황표, 청약 권유를 받은 사람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주배정 당시 최대주주, 임원진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인이나 회사 관련자의 권유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주식 청약을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 권유자 현황표 역시 앞서 조세심판 절차에서는 제출되지 않다가 소송 과정에서 비로소 제출된 점, 문서에 작성일과 작성명의자가 없는 점, 이 표가 사후 작성됐다는 회사 직원의 증언에 비춰볼 때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50명 이상에게 신규 발행되는 주식 취득을 권유했을 경우 등에 한해 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한 현행법 취지에 대해 “상장법인이 공모절차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신주 가격이 할인됐더라도 거래소 등에서 공정한 경쟁매매과정을 거쳐 다시 적정한 가격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또 “일반인 및 제3자의 투자 보호를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공시 및 홍보 등을 해야 하는 점, 일정한 한도 내 할인 발행은 회사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증여세 비과세 경우를 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대한뉴팜이 언론매체, 인쇄물, 투자설명회 등의 방법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청약 권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여세 비과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1심도 “현행법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모절차를 거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시가보다 가격이 낮다 해도 회사 자금조달 차원에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역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