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학생회장, 배관용접공, 택시기사, 변호사, 국회의원(3선), 인천시장.

송영길 인천시장(50)이 지금까지 거쳐온 이력이다. 운동권 출신으로 공장에 위장 취업해 7년간 노동현장에 투신한 경력만 보면 ‘강성 좌파’라고 여겨질 만하지만 2010년 인천시장으로 취임한 이후엔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 시행된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해 “정치권이 복지 정책을 내놓을 땐 재원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해야지 마구잡이식으로 내놓으면 안 된다”고 앞장서 비판했다. 또 “대선 후보들이 (표만 생각하는) 포퓰리즘식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시장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송도 유치에도 발벗고 나섰다.

운동권 학생에서 노동자, 국회의원을 거쳐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송 시장을 지난 6일 인천 간석동에 있는 ‘정가네 순두부’에서 만났다.

○“GCF는 인천경제 활성화 계기”

정가네 순두부집은 인천시청 맞은 편 주택가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처음 찾는 손님들은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내부는 좁고 허름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곳을 추천한 이유부터 물어봤다. “시장이 된 후부터 단골집이 됐죠. 손으로 직접 빚은 두부가 일품입니다. 콩국수 국물도 시원하고 담백하죠. 점심 때도 자주 들릅니다.”

먼저 GCF 사무국을 송도에 유치한 것에 대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송도국제도시의 불이 꺼지면 인천경제는 사실상 끝입니다. 정말 다행이죠. GCF 유치로 최대 연간 38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됩니다. 송도에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내국인 고용이 창출되면 인천 경제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GCF 유치에 많은 힘을 보탰습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조성된 송도국제도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기업 저조로 침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GCF 사무국 유치로 세계적인 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화를 이어가던 중 송 시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금융업체 대표의 전화였다. “GCF 유치가 확정되자 금융기관들이 서로 들어오려고 저한테 로비하고 있어요. 사무실을 분양하지도 않았는데 서로 미리 (점포를) 사겠다고 한다니까요.”

송도국제도시가 정착되기 위해선 송도와 서울 청량리를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송도국제병원이 하루빨리 건설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GTX가 건설되면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21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국가 정책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빨리 완공돼야 합니다. 국제병원은 비영리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의료보험이 적용 안 되는 병원을 만드려고 하니까 찬반 양론이 많습니다. 내국인 의료보험 체계를 건드리지 않는 국제병원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는 GCF 유치 과정의 일화도 소개했다. “GCF 이사들이 쓴 논문이나 책들을 인터넷에서 전부 조사했습니다. 중앙아메리카 유카탄 반도 남쪽의 소국(小國)인 ‘벨리즈’ 출신 GCF 이사가 있어요. 이 사람이 최근에 벨리즈대에서 졸업식 축사를 했었습니다. 제가 축사를 외운 후 그를 만나 인상 깊었다고 얘기하니까 감동하더라고요. 송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도 약속했습니다. 그외에도 12개 이사국 대표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영어로 대화하면서 설득했죠.”

○6남매 중 고시 출신만 4명 배출

대화 도중 정갈하게 차려진 두부전골과 보쌈수육이 나왔다. “인터뷰는 천천히 하고 일단 식사부터 하죠.” 송 시장의 권유에 두부를 맛봤다. 담백한 맛이었다. 음식이 나온 참에 화제를 돌렸다.

송 시장은 전남 고흥에서 6남매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형제 자매 중 고시합격자만 4명이다. 4남인 송 시장(사시 36회)을 비롯해 장남인 송하성 경기대 교수(행시 22회), 차남인 송영천 법무법인 새빛 대표변호사(사시 23회), 장녀이자 송 시장의 바로 아랫 동생인 송경희 방송통신위원회 전파관리과장(행시 39회)이다.

비결이 뭘까. “성실하고 원칙을 중시했던 아버지의 역할이 컸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면서기를 하셨던 아버지는 식량 생산량을 상부에 보고할 때 직접 벼 나락과 포기를 하나씩 일일이 셀 정도로 고지식한 분이셨습니다. 저희 형제들도 보자기를 펴놓고 함께 그 쌀알을 전부 셌죠. 다만 어머니가 매우 활달한 분이셨죠. 어머니 피가 안 섞였으면 아마 정치를 못했을 것입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1987년 부평에 있는 대우 르망공장 배전용접공을 시작으로 처음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1990년엔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전국택시노동자연합회 인천지부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이무렵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아내는 이대 출신인데 구로에 있던 공장에 위장취업했었죠.”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공장에 위장취업했던 그가 갑자기 변호사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솔직히 법조인으로 갈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정치 안 하고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지요. 당시 아파트 전세금을 빼서 시험 준비에 매달렸죠. 아내와 자식들은 처갓집에 맡겨놓고.”

○“방만했던 사업 대폭 축소”

두부가 담긴 접시가 깨끗이 비워지자 민어과에 속하는 바다물고기인 황강달이 구이가 나왔다. “황새기(황강달이의 방언)는 젓갈이 유명한데 이 집에선 구이가 대표 음식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 뭔가 다른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기름기가 빠진 굴비같다고나 할까.

민감한 질문을 던져봤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인천시는 그동안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파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천시 예산 대비 채무비율(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37.8%. 행정안전부의 ‘재정위기 단체’ 지정 가이드라인 중 채무비율 마지노선인 40.0%에 근접했다.

‘방만’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송 시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지금 사업을 계속 줄여가고 있으니 방만이라고 할 수 없어요. (전임시장 때) 일을 너무 많이 벌려놔서 줄이고 취소해도 지금도 할게 많습니다. 이미 돈이 몇 차례씩 투입된 것을 안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또 인천아시안게임 총 사업비가 2조원에 달하는데 국비 지원은 20%에 불과합니다. 앞서 열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나 지난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지원한 국비 비율보다 크게 낮습니다. 아시안게임이 국제행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도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대선후보들 왜 성장동력에 대해선 이야기 안하나"

○“글로벌 경제 속에서 한국 경제 고민해야”

유력 대선 후보 세 명에 대한 송 시장의 평가도 궁금했다. 송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세 분 후보들 모두 성장 동력에 대한 얘기가 없어요.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려고 하는 건지…. 박근혜 후보조차도 포퓰리즘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747공약을 내걸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런 걸 제시하지 않고 뭘 먹고 산다는 겁니까. 두 번째로는 후보들 모두 국제 외교 역량이 취약해요. 한반도는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의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데…. 문화 분야에 대한 메시지도 없습니다. 박 후보는 공대, 문재인 후보는 법대, 안철수 후보는 의대 출신이에요. 한류가 엄청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전혀 없어요.”

송 시장이 열변을 토하던 중 후식으로 콩국물이 들어왔다. 열기도 식힐 겸 시원한 국물을 들이켰다.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행정을 경험하면서 힘든 일은 뭘까. 그는 시장을 2년 해보니 국회의원 10년 생활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회의장 점거하면서 의장석에 드러누워 모포 덮고 잘 땐 한심한 생각이 들었죠. 정치인들 보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확실히 갈려요. 새누리당에 있더라도 저를 열심히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같은 당인 민주통합당 소속이지만 도와주지 않는 의원들도 있으니까요.”

모든 정치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대권’을 송 시장도 꿈꾸지 않을까.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됐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죠. 다만 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네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국제외교 역량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 외교역량을 갖춘 분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두 분이었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남북통일에 대한 확실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성장 동력이지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를 했어도 높이 평가받는 이유가 뭘까요. 박 전 대통령이 수출주도형 산업을 육성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빈부격차, 지역갈등 등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합니다. 네 가지 역량을 지자체장으로서 가장 잘 경험해 볼 수 있는 지역이 인천입니다. 산업중심지이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데다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위치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송 시장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 속에 한국 경제가 존재합니다. 제가 진보단체와 논쟁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답답함이 이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의 분업 질서 속에서 어떤 위치를 만들어 갈 것인지 심각히 고민해야 합니다.”


송영길 시장의 단골집 정가네순두부

두부전골·보쌈·황새기구이 대표 메뉴

인천 간석1동에 있는 순두부집으로 2004년에 문을 열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 2번 출구로 나와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거리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두부전골과 순두부, 콩국수가 대표메뉴다. 두부전골 가격은 대·중·소 각각 3만4000원, 2만9000원, 2만4000원이다. 순두부와 콩국수 가격은 7000원. 국내산 콩으로 가마솥에서 직접 두부를 만든다는 게 음식점 주인인 양동섭 씨의 설명이다.

두부와 함께 곁들이는 보쌈수육(1만6000원)의 맛도 일품이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두부보쌈+순두부’ 세트 메뉴(2인 기준 2만원)를 찾는다고 한다.

민어과에 속하는 바다물고기인 황새기(황강달이의 방언)구이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대개 황새기는 젓갈로 먹는데 이 음식점에선 구이가 유명하다. 황새기 구이 14~18마리가 나오고, 가격은 1만7000원이다. 백령도에서 매일 가져오는 생굴(1만4000원)도 이 집의 자랑거리다.

좌석은 50여석 규모로 다소 좁은 편이다. 인천시청 공무원과 주변의 직장인들이 단골 손님이다. 2010년에 인천 연수동에도 분점을 열었다. (032)432-3517

인천=김인완/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