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부암동 백석동천(白石洞天) 일대가 한때 추사 김정희의 별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명승 제36호로 지정된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 내 건물터와 정자터 등 별서(別墅·일종의 별장)유적이 추사의 소유였음을 입증하는 문헌자료를 확인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백사실(白沙室) 계곡으로 알려진 이곳은 자연경관이 잘 남아있고, 전통조경 양식의 연못, 정자터, 각자(刻字) 바위 등의 보존상태가 좋아 별서정원으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2008년에 사적에서 명승으로 변경 지정됐다.

백석동천 관련 기록은 서울시가 발간한 《동명연혁고(洞名沿革攷)》에 1830년대 중건됐다는 기록이 유일했고, 중건 이전의 자료는 없어 누구의 별서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2012년도 명승 경관자원 조사 연구사업을 수행하면서 추사가 한 때 이곳을 사들였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소에 의하면 백석동천은 백석정(白石亭), 백석실(白石室), 백사실(白沙室) 등으로 불렸다. 박지원 손자인 박규수의 문집 《환재집》에는 ‘백석정’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번 조사 결과 추사의 문집인 《완당전집(阮堂全集)》권9에 “선인 살던 백석정을 예전에 사들였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이에 대한 추사 자신의 주석(해설)에서 “나의 북서(北墅·북쪽 별장)에 백석정 옛터가 있다”고 한 대목이 발견됐다. 이런 내용과 관련 시 작품을 분석한 결과 추사는 터만 남은 백석정 일대 부지를 사들여 별장을 새로 지었음을 알 수 있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백석동천 내 월암(月巖), 백석동천 각자바위들의 서예사(書藝史)적 감식을 통해 글쓴이를 밝혀내고 관련 자료를 비교 분석하기로 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