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타워팰리스 등 고가주택 경매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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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이상 경매건수 올 들어 30% 급증…강남부자도 경기침체 영향권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등 수십억원대의 고가 아파트들이 연말까지 대거 법원경매에 나온다. 자산가들도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부채를 갚지 못해 채권은행들이 줄줄이 경매에 부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 아파트도 경매 ‘단골’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95㎡(74평형)는 오는 20일 경매처분된다. 감정가격은 47억원으로 3.3㎡당 6351만원에 달한다. 경매로 나온 이 아파트 물건 가운데 감정가격이 가장 높다. 이 아파트의 경우 2004년 입주 이후 작년까지 법원 경매로 처분된 적이 한 차례도 없지만 올 들어서만 이 집을 포함, 4가구가 경매로 나왔다. 이 집에 설정된 채권은 모두 159억원에 달해 경매가 취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매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박상원 LBA뉴스타공인 대표는 “올 들어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이들의 집이 경매로 나오기 시작했다”며 “집에 설정된 채권이 많다 보니 일반매매로는 소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곡동의 고급 주상복합 ‘타워팰리스’의 경우 이달 안에 4가구가 경매로 처분된다. 주상복합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이 주상복합은 매달 경매법정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4가구의 감정가격은 17억~28억원 수준이다.
전통적인 ‘부촌’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향후 한 달간 6가구가 경매될 예정이다. 이영진 이웰에셋 부사장은 “10년 이상 경매를 했지만 한 달 안에 이렇게 많은 현대아파트가 경매처분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집 크기에 따라 감정가격은 14억~30억원으로 다양한 편이다.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부촌으로 떠오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도곡동 도곡렉슬 등도 경매 시장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감정가격 33억원으로 평가된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222㎡ 2가구는 14일과 15일 경매된다. 도곡렉슬 전용면적 176㎡(감정가격 31억원)와 120㎡(15억원)도 이달 말 경매될 예정이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302건이던 감정가격 20억원 이상의 서울지역 경매주택은 올 들어(12일 현재) 391건으로 급증했다.
◆경기·부동산 침체 ‘직격탄’
경매를 당하는 고가주택 주인은 대부분 자영업이나 사업을 하는 이들이다. 집을 담보로 사업에 필요한 돈을 빌렸다가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등이 집을 경매에 넣고 있다. 경매컨설팅업체인 EH경매연구소의 강은현 대표는 “부촌 주택 경매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부자들도 경기 침체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손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가 주택 경매 물건 수는 늘고 있지만 낙찰가격은 높지 않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20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낙찰가격은 감정가격의 79.9%, 수도권 고가주택의 낙찰가율은 72.8%다.
60%대에 낙찰되는 사례도 가끔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감정가격 22억7500만원인 타워팰리스 전용 164㎡는 지난 9월6일 11억6500만원(67%)에 낙찰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급매물 가격보다 낙찰가격이 낮은 경우가 흔하다. 아이파크의 경우 지난 9월 3.3㎡당 3700만원대에 낙찰됐지만 비슷한 시기 실거래가격은 4200만~4700만원 수준이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대형 주택 인기가 시들해지다 보니 중소형에 비해 낙찰가율이 낮게 형성된다”며 “집을 옮기려는 자산가들은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