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2일 LS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는 구자열 LS전선 회장(59·사진)이 LS만의 독특한 ‘사촌경영’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촌형제 간에 아무런 잡음 없이 경영권을 주고받은 것을 두고 주변에서 ‘아름다운 승계’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12일 서울 한강로 LS용산타워에서 기자와 만나 “LS만의 강점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다른 사촌형제들이 도와줄 것이기 때문에 든든하다”며 “지금보다 사촌 간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내년부터 사촌 형인 구자홍 현 LS그룹 회장(66)에 이어 2대 그룹 회장에 올라 사촌 형인 구자엽 LS산전 회장(62),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60) 등과 함께 ‘LS호’를 이끌어야 한다.

이와 관련, 그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 조직 개편안은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LS는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분가한 뒤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부문별 회장제를 도입했다. 자산 기준 재계 순위 13위다.

내년부터 시작될 2기 LS 체제에서도 부문 회장제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선임인 구자엽 회장이 산전에서 전선 부문으로 이동하고 구자열 회장의 막내 동생인 구자균 LS산전 부회장(55)이 산전 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고문으로 위촉될 것이란 얘기가 돌았던 구자홍 회장은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 회장으로 이동한다.

구 회장은 “구자홍 회장은 당초 69세까지 회장직을 갖고 그룹 일을 도와주기로 해 앞으로 인재 양성을 책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내년에 긴축경영을 하느냐’는 질문에 “임기가 시작되는 새해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LS가 모범 승계 사례가 될 것 같다’고 하자 “다들 좋게 봐줘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사촌 간 우애를 보여준 구자열 회장의 삼고초려 일화가 그룹 내에서 화제다. 2003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泰平斗)’ 3형제가 LS그룹을 만들 때 구자홍 회장은 만 65세를 지난 올해 초 구자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로 약속했다. 65세 이후에 현역에서 은퇴한다는 게 ‘LS가’의 ‘65세 룰’로 알려졌다.

그런데 구자열 회장이 작년 9월 “구자홍 회장의 나이와 능력을 볼 때 그룹을 더 맡아야 한다”고 임기 연장을 부탁했다. 처음엔 구자홍 회장이 고사하다가 구자열 회장의 거듭된 요청에 그룹 회장직을 1년 더 맡았다.

사촌형제 간 신뢰를 유지해준 일등공신은 ‘8인회’라는 평가도 있다. 구자홍 회장과 구자열 회장 등 8명의 사촌형제는 매달 첫째주 금요일에 모여 경영 현안과 집안의 대소사를 논의한다.

LS 관계자는 “평소에도 사촌 간 우애가 돈독했고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네 차례 장례를 함께 치르면서 가족과 집안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깊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구자열 회장은 이날 친동생인 구자용 E1 회장과 구자균 부회장을 만나 지난달 20일 타계한 부친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례 뒤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모친인 문남 여사와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