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의 작은 마을 워키쇼 주민들이 미국 다른 지역에 자연재해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연재해가 이들에게 좋은 사업 기회임은 분명하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큰 가정용 발전기 제조업체 제네락파워시스템의 공장이 자리잡은 곳. 최근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북동부를 강타하면서 뉴욕, 뉴저지주 일대에 전기 공급이 끊기자 제네락파워시스템에는 주문이 물밀듯 밀려 들어왔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제네락파워시스템의 사례는 최근 시장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이른바 ‘재난 산업’의 유형이라고 보도했다. 허리케인 등으로 전기가 끊겼을 때를 대비한 가정용 발전기, 비상용 라디오, 기름 난로, 대형 건전지, 촛불을 비롯해 홍수로 젖은 집을 말리는 산업용 선풍기까지 평소에는 구하기도 어렵고 찾지도 않는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과거에도 재난 산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반 가정도 뒷마당에 방공호를 파놓던 냉전 시대에 이런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냉전이 끝난 후에는 시들해졌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인프라가 노후돼 전기 시스템마저 불안정해지자 재난 산업이 다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휘발유를 작은 깡통에 넣어 파는 가솔린 캔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정체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인기 제품이 됐다. 단전에 대비해 연료를 최대한 확보해 놓으려는 소비자들의 심리 때문이다.

이튼사가 만드는 자가발전형 라디오와 손전등 판매량은 허리케인 샌디가 상륙하기 1주일 전 평소에 비해 15% 늘었고 샌디가 실제 상륙한 주에는 220%나 뛰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