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 관련 법안 심사 일자가 다가오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고 있는 선심성 공약과 내용이 비슷한 이들 법안이 입법화할 경우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노동 관련 법안들은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을 부정하는 내용이 많아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19일 열리는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라갈 법안은 모두 62개. 여야 의원들이 입법 발의한 103건 중 절반을 넘는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이들 법안을 선심성 공약으로 내세우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시장질서를 무시한 채 노동계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주요 법안으로는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 △청년의무고용할당제(3~5%) △휴일근로시간 연장 근로 포함 △공휴일 확대, 대체공휴일제 도입 △육아휴직 연령 만 8세로 상향 △기간제근로자 차별 금지 △불공정 하도급이 발생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이 있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만 제출한 법안으로는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도) 및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폐지 △특수형태 종사자에 대한 노조법 적용 확대 △최저임금 인상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이 있다.

홍영표 민주당 환노위 간사는 “이번 정기국회 때는 여야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우선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 모두 제출한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정년 60세 의무화 등이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이 입법화된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의무 전환이 시행되면 최대 4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기업들이 부담하는 퇴직금, 퇴직위로금 등 고용조정 비용이 늘어나 비정규직 해고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초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제기됐던 근로시간단축 관련법은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약속하고 있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 경쟁 상대인 일본 싱가포르의 경우 연장근로허용시간을 노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의 노동관련법 개정이 오히려 계층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에서 제출한 경영상 해고 요건 강화는 사실상 해고 규정을 사문화시켜 기업의 경영권을 심각하게 제한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명시된 현재의 해고 요건 아래에서도 대기업의 경우 정리해고가 쉽지 않은데 이를 강화시키면 노조의 힘이 센 대기업 노조원의 고용은 철밥통으로 강해져 해고는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저성장시대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사회 양극화 문제를 노동시장의 재배치 문제로 해결하려 한다”며 “정치인의 이러한 포퓰리즘 성향이 이중 노동시장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시 말해 대기업 정규직이 노동시장 열외자인 비정규직 여성 고령자 등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타임오프와 복수노조창구 단일화문제 폐지도 노조 조직률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의 독점적 지위를 높여줄 뿐 노조 조직률이 낮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