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0월 초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에서 세종로 프레스센터로 이전한 이후 ‘수난’을 겪고 있다.

이달 들어 정치권과 학계에서 잇따라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사실상의 ‘금융위 해체론’이 불거지더니, 지난주엔 저축은행 피해자 수십명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금융위원장 집무실 앞까지 난입해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소동까지 발생했다.

12일 금융위에 따르면 저축은행 피해자 30여명은 9일 오후 4시께 프레스센터 건물 5층에 있는 김석동 위원장 집무실 앞까지 진입해 기습적인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직원들과 대치했다.

놀란 금융위 직원들과 건물 경비 인력이 피해자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직원이 부상을 입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동은 경찰이 출동한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피해자들은 오후 8시까지 농성을 벌이다 자진 해산했다.

정부 부처의 사무실이 민원인들에게 무방비로 뚫린 것은 금융위가 입주한 프레스센터 건물의 보안 수준이 허술한 탓이다. 실제로 프레스센터 건물에서는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 앞까지 올라가는 게 어렵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1층부터 통제가 이뤄지는 금감원 건물과는 경비와 보안 수준이 차이가 난다”며 “경비와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건물주 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는 대선 후보와 학계의 주장도 금융위를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금융위는 겉으로는 산하기관인 금감원에 대한 영(令)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과의 ‘한지붕 두 가족’ 관계를 청산했지만, 실제론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 과정에서 독립 부처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컸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 등에서 금융위를 재정부에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고, 김 위원장은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조직 개편에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