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경호처 들어가겠다"  靑 "승낙 못해"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에 의한 12일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이 ‘불발’이 됨에 따라 특검팀과 청와대 양측 모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청와대 측이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은 모양새가 됨에 따라 14일 특검팀이 한 달간의 수사결과를 내놓아도 “미진한 부분이 남았다”는 비판에 부딪칠 공산이 커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특검팀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청와대 경호처에서 1㎞가량 떨어져 있는 ‘제3의 장소’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진행된 압수수색은 한 시간여 만인 오후 3시께 중단됐다. 제출된 자료가 수사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특검 측은 곧바로 압수수색 중단 사실을 언론에 발표했다.

이창훈 특검보는 “영장을 제시하고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았지만 특검팀이 검토한 결과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영장에 따른 집행 실시를 하겠다고 통지했다”며 “그러나 청와대가 법에 따라 (경호처 안에서 압수수색은) 승낙할 수 없다고 전해와 12일 집행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청와대와 같이 군사상·공무상 국가 기밀을 다루는 국가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기관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로써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실제로 무산된 셈이다.

청와대는 이날 ‘내곡동 사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이 관계 장관과 수석들의 의견을 들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엄정한 대선관리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가 한 차례 있었다. 당시 정권 실세들의 유전개발 의혹을 수사한 특검팀이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청와대가 비서실 컴퓨터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내놔 실제로 영장이 집행되지는 않았다.

이날 특검팀이 청와대에 요청한 자료는 크게 봐서 두 가지다.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4)가 백부인 이상은 다스 회장(79)에게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자금 12억원 중 현금 6억원을 빌리며 청와대 컴퓨터로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 파일’과 시형씨의 검찰 서면진술서를 대신 써준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신분 확인’이다.

차용증은 돈을 빌렸다는 증거인데 검찰은 지난 6월 사저부지 매입 수사결과 발표에서 차용증 등을 근거로 삼아 ‘시형씨가 이 회장에게서 돈을 빌린 주체’라며 시형씨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사건이 불거진 뒤 차용증이 사후에 작성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시형씨가 특검 조사에서 ‘검찰에 낸 답변서를 청와대 행정관이 대필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종전 진술을 번복한 만큼 답변서를 대필한 행정관을 찾아 실제 시형씨가 무엇을 말했는지 알아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 자료들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청와대가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하기로 함에 따라 특검팀은 13일 김 여사의 서면질의 답변서를 넘겨받은 뒤 14일 수사를 공식 종료하고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장성호/차병석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