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그림으로 인재를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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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한낮에 대숲에서 빈둥빈둥 나뒹굴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굴까. 배를 훤히 드러내고 신발도 벗어던진 꼴이 체면이고 격식이고 아랑곳 하지 않는 작자임에 틀림없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유비를 도와 촉한(蜀漢)을 일으켜 세운 지략가 제갈량(諸葛亮)이다. 놀라운 것은 그림을 그린 이가 명나라 초기의 성군인 선종(宣宗·1399~1435)이라는 점이다. 선종 시절 명나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제갈량 같은 지략가가 절실했다.
이 그림은 선종이 진선(陳瑄)에게 하사한 그림으로 제갈량 같은 지략을 발휘하여 나라의 기둥이 돼 주길 바라는 자신의 뜻을 담았다. 제갈량의 이완된 모습은 번득이는 지략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정신에서 나옴을 상징하고 있다. 굵고 힘차게 그은 먹선에서 황제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