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천연가스 매매의 기준이 되는 유럽선물거래소의 NBP(National Balancing Point) 가격을 영국 전기회사들이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월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에 이어 런던에 있는 유럽선물거래소도 가격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제 금융중심지로서 런던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영국 금융청(FSA)은 12일(현지시간) “가스 도매시장의 정기적인 가격 조작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가격 산정 기관인 ICIS헤렌에서 일했던 세스 프리드먼이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영국 내 전력기업들과 트레이더들의 요구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작했다”고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NBP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헨리-허브(henry-hub)와 함께 국제 천연가스 단기계약의 근거가 되는 지표다. NBP에 영향을 받는 천연가스 거래 규모는 연 3000억파운드(약 518조원)에 이를 것으로 가디언은 추산했다.

프리드먼은 NBP가 30분간 1.7% 하락한 9월28일 가격 조작이 이뤄지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장 변동폭은 원자재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이상 급등락으로 판단돼 언론과 감독당국의 의심을 샀다.

프리드먼은 “ICIS헤렌 직원들 사이에 천연가스 가격 조작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영국 내 6대 전력기업은 정기적으로 그들의 입맛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것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들 전력기업은 천연가스 가격을 근거로 전기요금을 산정하고 있다. 프래츠 등 천연가스 가격 동향 보고 기관들도 이해 당사자인 트레이더들이 알려주는 내용에 의존해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스전력시장국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