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9일 오전 6시31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회사채시장에서도 ‘실속형 투자’ 바람이 거세다. 서울신문사, 휴켐스, 동아원 등 인지도보다 사업안정성이 뛰어난 회사채에 자금이 집중됐다. 재무상황을 꼼꼼히 따져 투자할 경우 비슷한 대기업 계열사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가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발행된 264건의 회사채 거래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유효 경쟁률 상위 10위에 오른 13건(공동 순위 포함) 중 3건은 설립 후 최초 발행이었다.

○서울신문사·휴켐스 등 ‘베스트 딜’

서울신문사는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회사채 매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처음 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4950억원의 유효 수요가 몰렸다. 유효 수요란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금리로 참여한 경우를 뺀 금액이다. 서울신문사는 뜻밖의 인기에 힘입어 발행금액을 800억원으로 확대, 지난달 5일 연 5.0% 금리에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최종 유효 경쟁률은 6.2 대 1이다.

휴켐스 동아원 SK종합화학은 설립 후 첫 번째 공모회사채 발행에서 ‘홈런’을 쳤다. 휴켐스는 발행금액의 4.8배, 동아원은 3.3배의 유효 수요를 끌어들였다. SK종합화학은 만기별로 3종류 회사채에 모두 2.0~3.4배 금액이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10여년 만에 발행에 나선 롯데알미늄과 서흥캅셀도 발행금액의 2배가량 수요가 몰려 유통물량 부족에 따른 ‘디스카운트(가격하락)’ 효과를 무색하게 했다.

현대건설GS건설은 최악의 거래로 거론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증권사와 연기금 등 43곳을 대상으로 ‘워스트 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곳이 현대건설을, 3곳이 GS건설을 각각 꼽았다. 두 건 모두 다수의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하긴 했지만, 제시 금리가 발행사 희망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회사채를 받아가지 않았다. 각각 2000억원에 달하는 미달 물량은 대표주관사가 낮은 금리로 인수했다.

○A등급 기피현상 뚜렷

회사채 투자자들은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AA0 신용등급 회사채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발행금액 대비 유효 수요 비중이 104.9%로 유일하게 100%를 초과했다. 한 단계 높은 AA+ 등급은 88.9%, 최상위 등급인 AAA는 77.1%의 비중을 각각 나타냈다.

반면 A급 회사채는 유효 수요 참여 비중이 44~58%로 가장 부진했다. 특히 A- 등급 회사채 유효 수요 비중은 44.9%로 개별 등급별로 최하를 기록했다. 한진해운, STX조선해양, 웅진홀딩스, 세아특수강 등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A-급에 집중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BBB+ 회사채 유효 수요 비중은 64.7%로 A급 회사채보다 높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BBB급 기업이 회사채시장에 나오려면 사업안정성 등에서 특별한 매력을 지녀야 한다”며 “절대금리가 높은 만큼 주요 금융회사 외에 새로운 투자자들도 많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태호/김은정/조귀동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