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들과 관련 연구 시스템을 전수받는 ‘과학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개발도상국 관료들이 한국형 과학기술 예측 프로그램 도입을 강력하게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ㆍ원장 이준승)은 개도국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13일 발표했다.

KISTEP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ISTIC)와 공동으로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이집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행사에 참가한 각국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 2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는 유네스코가 후원하는 기관으로 2009년부터 KISTEP과 공동으로 개도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3%(7명)는 한국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싶은 협력 분야로 ‘국가 주도의 미래 기술 예측’을 꼽았다. 한국형 연구·개발(R&D) 교육 프로그램 중 자국에 가장 먼저 도입하고 싶은 분야를 묻는 질문에도 29%(6명)가 ‘기술예측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KISTEP은 4~5년에 한 번씩 수요 변화와 과학기술 발전에 의해 달라질 미래상(10~25년 후)을 전망하는 ‘과학기술예측조사’를 비롯 매년 국가 경제를 책임질 기술을 발굴하는 ‘10대 유망 기술’을 선정하고 있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미래에 대비해 국가 차원의 기술 육성 전략을 짜는 밑그림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준승 KISTEP 원장은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요청으로 기존에 진행한 미래 예측 조사 컨설팅에서도 현지 관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 제반 요인들을 분석해 과학기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기술예측에 대한 개도국들의 컨설팅 요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개도국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 주도의 지속적인 R&D 투자(62%)’를 한국이 빠른 시간에 발전한 배경으로 분석했고 자국 과학기술 발전에 필요한 요소로는 ‘과학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마인드(33%)’ ‘R&D 투자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투자 효율성 향상(29%)’ 순으로 응답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