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여행 수요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항공업계가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몇 년간 조종사 부족 현상에 시달릴 전망이다. 기존 조종사들의 무더기 은퇴 시기가 다가온 데다 까다롭게 개정된 고용 관련 법령 탓에 인력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항공업계가 50여년 만에 최악의 조종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스다코타대 항공학과 조사 결과를 인용, 미국 항공사들이 필요로 하는 조종사는 약 6만명인 반면 현재 고용된 조종사 수는 5만800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조종사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선 조종사 고용 조건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여름 발효되는 연방항공법 규정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1500시간(현행 25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을 가진 조종사만 고용할 수 있다. 2014년부터 조종사들에게 더 많은 휴식시간도 줘야 한다. WSJ는 “각 항공사들은 조종사를 5% 정도 더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할 사람은 부족해졌다. 미국 3위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작년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불황으로 조종사 인력 수천명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기장급 조종사의 약 50%가 내년이면 정년퇴임 연령인 65세가 된다. WSJ는 “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신흥국 항공사들이 미국 조종사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는 것도 미국 내 조종사 인력이 모자라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항공업계는 인력 부족 현상이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조종사훈련 프로그램 운영업체인 플라이트세이프티인터내셔널의 밥 레딩 고문은 “인력 부족은 6개월 뒤면 현실로 나타나는 반면 충분한 인력을 양성하기까지는 최소 4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