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서울 광진구 노유동에 들어선 ‘이튼타워리버 5차’ 아파트는 하마터면 유령 건물이 될 뻔했다. 골조 공사가 한창이던 2008년 7월 시공사였던 인정건설이 부도를 내 사업이 전면 중단된 탓이다. 계약자들은 수억원에 이르는 집값을 허공으로 날릴 판이었다. 몸이 단 계약자들은 분양보증 회사인 대한주택보증으로 몰려갔다. 279명의 계약자들은 주택보증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계약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환급’ 절차를 통해 계약자들이 이미 낸 중도금 등을 모두 돌려받거나, 공사를 계속 진행해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이었다. 계약자들이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주택보증 관계자는 “한강변과 가까운 데다 입지 여건이 뛰어난 사업장에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택보증은 공종별 협력업체들에 기성금을 지급해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 2009년 9월 공사를 마무리했다. 계약자들이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내집 마련의 꿈 지켜주는 ‘안전판’

대한주택보증은 주택건설과 관련한 각종 보증을 통해 분양 계약자를 보호하고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담기관이다. 주택건설사 부도시 분양 계약자가 납부한 입주금을 돌려주거나 공사를 중단한 아파트를 완공해주는 주택분양보증이 대표적 업무다.

2007년 9월 시공사인 동도건설 부도로 사업이 중단된 전북 군산시 나운동에 있는 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은 대한주택보증의 업무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곳은 부도 이후 조합원과 일반 분양 계약자들의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었다. 조합원들은 아파트 입주를 원했던 반면 계약자들은 환급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택보증은 고심 끝에 양쪽의 요구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환급과 공사이행 보증 등 두 가지 주력 업무를 모두 적용하기로 한 것. 총 437가구 중 조합원분 332가구를 제외한 계약자들의 돈을 모두 돌려준 주택보증은 보람건설을 승계 시공자로 선정, 공사를 계속 진행해 2009년 12월 아파트를 완공시켰다. 일반 분양분을 재분양해 밀린 공사비를 정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마무리했다.

○보증상품 다양화

대한주택보증은 1993년 주택공제조합으로 첫 출발한 뒤 1999년 6월 국민주택기금 1조8000억원을 출자받아 공기업으로 출범했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752만가구의 ‘내집 마련의 꿈’을 지켜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금융 공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보증 관계자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사들이 대거 부도났음에도 계약자들이 안심하고 내집 마련의 꿈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주택보증이 든든한 ‘소방수’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보증사고 사업장의 건물이 무사히 완공돼 계약자들이 안심하고 입주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택보증이 아파트 분양보증 업무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임대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임대보증금 보증’과 ‘하자보수 보증’ 등 임차인과 입주자들을 위한 보증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다. 주택사업자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주택사업자금 대출보증’은 물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과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 매입 등을 통해 건설업계에 유동성도 지원하고 있다. 주택건설업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위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한국식 주택보증’ 수출 추진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담기관이자 부동산 금융 분야 선두주자인 대한주택보증은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선분양제도 아래 분양 계약자들의 안전한 입주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택보증제도의 경험과 노하우를 주택 대량 공급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에 전파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주택금융 분야의 한류’ 열풍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대한주택보증은 이를 위해 지난 3월 ‘주택보증 해외수출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4월부터는 KOTRA와 함께 해외 시장 조사와 해외 수출 대상국 발굴, 홍보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KOTRA와 공동으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주재 주요 개도국 대사를 초청해 ‘한국의 주택금융제도 발전 경험 공유를 위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주한 이라크 대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 주한 스리랑카 대사를 비롯한 총 14개국의 외교관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선규 대한주택보증 사장은 “대한주택보증이 담당하는 분양보증을 비롯한 주택금융제도는 주택건설 자금의 원활한 조달과 분양 계약자 보호를 통해 주택 대량 공급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 주거복지 향상에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며 “한국이 주택보증 제도를 발판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단기간에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듯이 개도국에서도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