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코스피지수가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나마 증시의 하단 방어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기관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는 중이다.

14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1.61포인트(0.09%) 떨어진 1888.09를 기록중이다.

최근 증시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미국 등 글로벌 증시도 동반 하락했으며, 글로벌 투자심리도 차갑게 식었다.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발을 빼면서 코스피는 최근 나흘 연속 미끄러져 1880선도 위협받고 있다.

국내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수급주체는 외국인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지수의 상승과 하락 방향성은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등 외국인 수급이 지수의 향배를 결정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10월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이 1조3000억원을 코스피에서 순매도하는 등 팔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 재정절벽과 유로존 위기 등의 글로벌 악재로 외국인 투자심리의 개선이 힘들어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 전환은 어려워보인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불확실성, 환율 하락 등이 외국인의 매도 욕구를 자극하는 가운데, 외국인은 지난 6월 동시만기 이후 집중됐던 비차익매수의 청산에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은 이제 기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기관은 10월 이후 소폭(3200억원)이지만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의 경우 1조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추가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이날 현재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69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하는 반면, 기관은 360억원 규모로 순매수하고 있다.

지수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국내주식형 펀드로도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로 285억원이 순유입됐다. 전 거래일 80억원 대비 그 규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투자자들이 관망세에 나서면서 수급 공백이 생긴 가운데 국내 기관과 연기금의 장세 주도력은 조금씩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내 기관은 코스피 전저점인 지난 10월26일 이후 통신, 의약품, 서비스, 전기전자 등 10개 업종을 순매수했고, 연기금도 통신, 전기가스, 서비스, 전기전자, 유통 등 10개 업종에서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들 업종들의 코스피 대비 평균 상대수익률이 모두 우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기관과 연기금이 매수한 10개 업종 중 8개 업종이 코스피를 웃돌고 있는 것은 기관의 업종 및 종목별 시장 주도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국내 기관이 외부변수의 움직임에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수급 주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관이 전체 시장 반등을 중장기적으로 이끌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현재 종목별 움직임에는 기관 수급이 크게 영향력을 미칠 타이밍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관이 사들이고 있는 업종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단기와 중장기에 거쳐 기관의 순매수 기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음식료, 에너지, 소프트웨어 업종 등이 수급상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