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한국이 20년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을 닮아간다며 저성장 구조에 대해 경고했다. 이 잡지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데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척되는 등 그 양상이 일본의 20년 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자유 수준과 사적 재산권 보장, 투자자 보호 수준 등이 일본이나 대만보다 오히려 낮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나마 일본의 실패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역설한다. 이미 20년째 장기불황인 일본이다. 소니 후지쓰 등 주요 일본 기업들의 공장들이 폐업하면서 경제 성장의 엔진이 꺼졌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본 기업의 강점으로 생각했던 인적 자원 등 무형자산의 쇠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자산업에서 충분한 투자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결단력을 잃어 초래한 불황이라는 설명 또한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일본은 그래도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기술강국이다. 장기불황을 견뎌내고 있는 부품 소재업체들이 즐비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더욱 캄캄하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지정학적 리스크나 정치 불안이 상존한다. 삼성과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세계에 내놓을 것이 없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2011~2060년 평균 성장률이 1.6% 정도로 조사대상 42개국 가운데 35위권에 맴돌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정치다. 질투에 빠진 대중정서는 정치를 파괴적 힘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나마 국부를 지탱해온 대기업 체제를 해체하는 데 정치가 총동원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식이라면 일본을 따라만 가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