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세상을 바꾸는 생각, 헌신은 세상을 품는 마음. 사회적기업가 센터가 꿈꾸는 리더십입니다.”

14일 찾은 서울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홍릉캠퍼스 SK사회적기업가센터 내 ‘아이디어스 본(IDEAS BORN)’이라는 이름이 붙은 방문을 열자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 왔다. 지난달 SK사회적기업가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쓴 글이다. 글을 쓴 시간은 10월10일 오전 10시였다.

KAIST는 SK의 후원으로 내년 2월부터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MBA(경영대학원) 과정 운영에 나선다. 지난달 15일 1차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80여명이 몰렸다.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마무리된 상태로 다음달 25명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은 “처음 개설되는 사회적기업 MBA인데 높은 관심에 놀랐다”며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뿐 아니라 의사와 약사, 정보기술(IT) 전문가와 대기업 중간 관리자, 기존 사회적기업 경영자들까지 지원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대는 있지만 MBA는 KAIST가 국내 처음이다. 이번 MBA 개설 준비 과정부터 참여한 백윤석 KAIST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에도 사회적기업 관련 연구소나 개별 과목들은 있지만 MBA는 없다”며 “특히 기업이 투자를 통해 사회적기업을 위한 리더들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사례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2년간 MBA를 제대로 마치면 25명의 사회적기업가와 25개의 사회적기업이 탄생한다. SK는 졸업 후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거나 경영할 학생에 대해서는 장학금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학비 전액을 주고 창업자금도 지원한다.

이 학장은 “현재 정부가 인증제도를 만들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빈곤, 소외계층 일자리를 사실상 세금으로 보조하는 형태”라며 “사회적기업이 부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만든 부를 소비하는 방식이어서 지속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지역 개발이나 빈부, 교육문제와 의료에서 보건까지 사회적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양하다”며 “가치관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발굴해 잘 훈련된 리더들이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