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취업난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20대 고용률(군 복무자와 재소자를 제외한 인구 중 취업자 수)은 4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른 연령대 취업자 수는 증가했지만 20대만 취업자 수가 9만명 넘게 급감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경력직과 고졸을 더 많이 채용함에 따라 20대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대 취업자 9만4000명 감소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06만9000명이었다. 1년 전보다 39만6000명 늘었다. 9월(68만5000명 증가)보다 증가폭이 둔화됐지만 이는 기저효과 탓이 크다. 작년 9월에 추석연휴가 끼어 있었기 때문에 올해 증가폭이 비정상적으로 커보였던 셈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10월 고용 성적표가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20대 취업자 수다.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9만4000명 줄었다. 5월 이후 6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20대 취업난은 더 심각해 보인다. 지난달 고용시장에서 50대 취업자 수는 23만명이나 늘었고 60대 이상도 22만5000명 증가했다. 30대(2만7000명)와 40대(6000명), 10대(2000명)도 소폭이나마 일자리를 얻은 사람이 늘었다. 20대만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고용률도 20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57.0%였다. 2009년 3월(56.9%) 이후 가장 낮다. 전체 고용률(60.1%)을 20대가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20대 실업률도 6.9%로 0.2%포인트 올랐다. 전체 실업률이 2.8%로 0.1%포인트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구직 시장에 뛰어드는 25~29세 실업률은 6.7%로 전년 동월 대비 0.9%나 뛰었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경기 악화로 기업의 대규모 신규채용이 별로 없어 20대 취업난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조업 취업자는 4개월째 늘어

20대를 빼면 고용시장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18만8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14만4000명 늘어난 것으로 2004년 10월(420만6000명) 이후 가장 많은 취업자 수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세는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8월부터 11개 연속 감소했지만 7월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증가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기획재정부 담당 직원들조차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다만 9월 기준으로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9월에 늘어난 13만9000명의 취업자 중 자동차 업종이 5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계·장비(3만4000명), 전자부품·컴퓨터·영상·통신장비(1만6000명) 순이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분야가 그나마 선방하면서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에는 보건·복지(6만1000명), 전문과학기술(7만2000명) 분야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은 각각 3000명가량 줄어드는 부진을 보였다. 최근 급증하던 자영업자 증가세는 둔화됐다.

지난달 자영업자는 4만8000명 늘어 9월(11만1000명)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주용석/김유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