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4일 오전 6시2분


올 4월 회사채 발행 시장에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되면서 발행금리 결정 과정이 종전보다 투명해진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증권사가 미매각 회사채를 떠안은 뒤 인수 수수료 중 일부를 얹어 발행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되파는 이른바 ‘수수료 녹이기’ 관행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가 수요예측 제도 도입 6개월을 맞아 기업 증권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4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이번 조사엔 삼성 LG 등 기업 자금조달 담당자,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 분야 임직원 및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이 참여했다.

◆응답자 63% “발행금리 결정 투명해져”

‘수요예측 도입 후 회사채 시장이 발전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3%는 ‘매우 발전했다’, 58.1%는 ‘전반적으로 발전했다’고 답했다. 반면 ‘도입 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은 25.6%, ‘시장 혼란만 키웠다’는 답변은 11.6%였다.

가장 크게 개선된 분야는 금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꼽혔다. 응답자의 62.8%는 수요예측 도입 후 발행금리 결정 과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별 차이 없다’(30.2%)나 ‘투명성이 오히려 악화됐다’(7.0%)는 답변을 앞질렀다.

지난 8월 공모희망금리 및 발행금리 산정 근거를 상세하게 공시토록 한 수요예측 모범규준 개정안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모범규준 개정 후 공모희망금리는 종전보다 합리화됐는가’라는 질문에 88.1%가 합리화됐다고 답했다.

‘한국 회사채 발행 시장은 미국 등 글로벌 시장 대비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6.2%는 ‘70~90% 수준’이라고 답했고, ‘90% 이상 수준’이란 대답도 7.7%였다.

◆수수료 녹이기 관행은 여전

수수료 녹이기 관행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수요예측 도입 후 대부분 사라졌다’고 답한 비율은 33.3%에 머물렀다. 반면 52.4%는 ‘일부 사라졌지만 여전히 비슷한 관행이 눈에 띈다’고 답했다. ‘거의 나아진 게 없다’는 의견도 14.3%였다.

수요예측 도입 후에도 지나치게 낮은 공모희망금리 때문에 증권사들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미매각 물량을 떠안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예측 전에 미리 수요를 파악한 뒤 발행사에 유리한 희망금리 수준을 제시하는 사전 태핑 관행도 ‘대부분 사라졌다’는 응답은 26.8%에 불과했다. 올 2월 초부터 시행된 대표주관사의 기업실사 강화 효과에 대해선 41.9%가 ‘회사채 투자위험 파악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지만 46.5%는 ‘과거와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수요예측 제도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응답자들은 △공모희망금리 범위에 민평금리(채권평가사들의 평균 평가금리) 필수 포함 △수요예측 실패 반복에 대한 제재 방안 마련 △수요예측 참여 현황 실시간 공개 등을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상열/윤아영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