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재개발 구역에서 조합을 해산할 때도 사용비용(매몰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조합해산 과정의 매몰비용을 중앙 정부의 책임 없이 지자체에서만 부담하도록 명시한 까닭이다.

현재로선 서울과 경기도 등이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는 상황이어서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해도 실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뉴타운 및 재개발·재건축 구역 내 조합은 총 292곳으로, 전체 매몰비용은 1조3000억~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10%만 실제 해산을 결의해도 1300억~16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경기도에서도 조합 해산 시 4000억원가량의 매몰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주거재생정책관은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매몰비용을 국가에서 공동 부담하지 않고 지자체에만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법안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합이 매몰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 해산하려는 구역들이 늘어나게 될 텐데,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오히려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일선 지자체들은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 등 중앙정부가 매몰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매몰비용의 30%를 주민이, 70%를 기초 지자체와 도가 나눠서 분담할 경우 지자체 재정에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이번에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안 외에도 오영식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매몰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등에서 이들 안건이 다뤄질 경우 중앙정부가 일정액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