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선진국 수출 부진 메우는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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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對아세안 수출비중 5년새 10.4→14.1%로
EU 제치고 2위로 부상
부품·중간재 수출 급증
EU 제치고 2위로 부상
부품·중간재 수출 급증
6억명 인구의 아세안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을 메워주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한국의 2위 수출 시장으로 부상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대(對) 아세안 수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세안 지역경제의 고성장과 현지에 부는 한류바람으로 향후 수출확대 전망도 밝다는 분석이다.
14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의 대 아세안 수출 금액은 612억9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도 5대 수출 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1%로 중국(24.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부품 등 중간재 수출 급증
아세안 10개국(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의 수출 비중은 2007년 10.4%에서 지난해 12.9%로 확대되며 EU(10.0%)를 추월했다. 수출액도 387억5000만달러에서 718억달러로 85.3% 증가했다.
아세안 지역으로 수출이 급증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다. 매년 치솟는 인건비 부담으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 대상국이 기존 중국에서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아세안 국가들로 옮겨가는 추세다.
한국 기업의 대 중국 투자액은 2008년 49억500만달러에서 지난해 48억8100만달러로 감소했다. 이와는 반대로 아세안에 대한 투자는 같은 기간 59억4700만달러에서 61억1500만달러로 2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연간 1억대 생산규모의 휴대폰 공장을 건설하는 등 대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면서 아세안 지역으로 들어가는 중간재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세안 지역으로의 부품·소재 수출은 2007년 189억달러에서 지난해 208억달러로 10.1% 늘어났다. 조영태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이 최근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중간재 수출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다행히 아세안 시장이 받쳐주고 있다”며 “아세안 지역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수출로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과 역내 경제블록 추진
아세안 국가들의 소득 증가와 한류(韓流)가 맞물리면서 한국산 의류, 식품 등 소비재 수출이 증가하는 것도 아세안 수출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 아세안 소비재 수출 증가율은 2008년 18.7%를 기록한 뒤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20.8%까지 높아졌다.
정부는 해마다 교역규모가 늘어나는 아세안과의 역내 다자(多者) 간 무역자유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달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한·중·일, 아세안,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동아시아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할 예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RCEP 협상이 타결될 경우 10년 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21~1.76% 늘어나고, 후생 효과도 최대 194억56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교역규모가 2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아세안과의 무역자유화는 미국 EU 등 역외 국가의 경제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車·조선·철강, 수출 비중 줄고…유화·에너지, 비중 늘었다
올 들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12개 주력 품목의 수출 비중이 8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 편중도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분야 수출 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에너지 산업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경제부가 14일 발표한 ‘12대 주요 품목의 수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12개 품목의 수출 비중은 79.9%를 기록했다. 12개 품목의 수출 비중은 2008년 83.7%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0년 81.8%, 지난해 81.1% 등 80% 이상을 유지해왔다.
분야별로는 자동차(자동차 부품 포함), 일반기계, 철강, 선박, 섬유 등 5개 주력 제조업이 전체 수출의 40% 선을 기록해 수출의 근간을 유지하고 있다. IT산업은 2003년에 전체 수출의 34.3%로 성장했지만, 작년에는 23.0%까지 줄었고 올해 1~10월에는 22.1%에 그쳤다. 가전제품,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주요 품목을 외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수출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지경부는 분석했다.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등 에너지산업은 유가 상승과 신흥국가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수출 비중이 늘었다. 2001년에는 10.8%였는데 작년에 17.5%까지 성장했고 올해 1~10월에는 18.7%를 기록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주력 제조업과 IT산업의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품목을 개발하고, 에너지산업을 주력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