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시판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OS) 윈도8의 가장 큰 특징은 ‘스크린 터치’다. 태블릿PC처럼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할 수 있기 때문에 마우스 없이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982년 이후 30여년간 PC와 동거동락했던 마우스의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마우스 제조업체들은 ‘터치’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고급형 마우스를 내놓고 있다. 전 세계 마우스 시장 규모는 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PC 구성품에 마우스가 없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와 노트북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티브스마트PC’를 지난달 25일 내놓으면서 기본 구성에서 마우스를 뺐다. 삼성전자의 노트북 시리즈3·5 등에서는 마우스와 마우스 패드가 기본으로 포함돼 있지만 신제품에서는 아예 빠졌다.

소니 도시바 레노버 등 기존 PC 제조사들은 오래전부터 노트북 구성에서 마우스를 빼놓고 있다. 마우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품 고급화 기회

로지텍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마우스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터치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선두업체인 로지텍은 윈도8에서 구동하는 앱 바(다양한 앱을 모아놓은 메뉴판), 참스 바(윈도8 핵심 기능 담은 메뉴판)를 작동시키고 화면의 확대·축소 등을 할 수 있는 ‘터치패드T650’을 내놓았다. 생김새는 기존 마우스와는 다른 4각형 모양의 패드다. 판매가격은 11만5000원으로 기존 고급형 마우스(5만원 안팎)보다도 두 배가량 비싸다.

14일 서울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다케다 요시히로 로지텍 일본대표는 “윈도8이 탑재된 PC 인터페이스를 마우스라는 친숙한 기기를 통해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마우스 없이 엑셀 작업 등 정교한 문서를 작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마우스를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용이나 게임용 마우스 수요는 여전히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책상 위에서만 아니라 청바지 등 다양한 물체 표면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윈도8용 ‘웨지터치 마우스’를 내놨다. 컴퓨터에서 화면을 분리해 태블릿PC로 쓸 때에도 마우스를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제품의 가격은 6만원대다.

◆새로운 시장 형성 기대도

마우스 업계는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면 시장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재천 로지텍코리아 대표는 “데스크톱PC에서 노트북으로 수요가 옮겨갈 때 노트북에 붙어 있던 터치패드 때문에 마우스가 없어지지 않겠냐는 소리가 나왔다”며 “하지만 마우스 시장은 ‘무선’ 제품 위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하는 데 필요한 고가 마우스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마우스 건재’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박 대표는 “3D(3차원)게임을 하려면 좋은 마우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