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특임검사팀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씨 측근과 유진그룹 측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51·부장검사급·사진)를 14일 재소환했다. 경찰도 김 검사의 실명계좌를 추적하는 등 이중 수사 소지가 없는 선에서 물증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검·경 수사권 논란은 15일 열릴 예정인 수사협의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날 오후 3시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12시간 조사를 받고 14일 새벽 3시에 귀가한 김 검사는 이날 서울서부지검 청사에 다시 출석했지만 취재진 앞에서는 입을 다물었다. 특임검사팀은 1차 소환에서 김 검사에게 차명계좌를 개설한 과정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특임검사 공보담당인 정순신 부장검사는 “(김 검사) 조사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수사 결과는) 우리도 가늠하거나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의 혐의가 포착되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나 알선수뢰 또는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김 검사의 실명계좌를 보게 해 달라며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곁가지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차명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억대의 금액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지만 검찰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혐의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은 이와 함께 검찰이 유진그룹을 내사했는지 여부와 김 검사의 현금거래 현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에 자료를 요청했다. 김 검사가 받은 돈의 사용처 등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특검이 내사 종결하면 우리가 언제든지 수사할 수 있다”며 “대의적인 차원에서 이중 수사를 안 한다는 것이지 수사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수사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편 15일 검·경 수사협의회를 기점으로 이중 수사 논란이 사그라질지 주목된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의제는 정해진 바 없지만 수사권에 대한 논의나 이번 사건의 수사 주체가 어느 기관인지 등을 두고 토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번 수사협의회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로 열린다. 이 회의는 국무총리의 엄중 경고 이후에 여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검·경 간 엇박자가 어떤 형식으로라도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과 검찰의 송치 지휘권 발동 요건 등 민감한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