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선반·밀링 작업을 하면서 작은 공장을 운영해온 서울 문래동 영세기업인들이 ‘소공인(小工人)경영대학’ 졸업장을 받는다. 정규 학위 과정은 아니지만 기업 경영에 필요한 과목을 배우는 단기 이수 과정이다.

시골에서 14세에 상경해 40년 동안 목장갑을 끼고 선반 작업을 해온 유대수 유수기공 사장을 비롯해 CNC머신으로 금형을 제작해온 한라이엔지 권석하 사장, 제일이엔지 박양동 사장 등 20명이 15일 저녁 문래동 ‘소공인경영대학’을 졸업한다. 소공인은 종업원 10인 미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을 일컫는다. 이들은 대부분 종업원 서너 명을 두고 선반 밀링 도금 열처리 등을 하는 속칭 ‘마치코바(도심 속 작은 공장)’ 사장들이다.

기술자이면서 경영자인 이들은 경영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기계를 돌리기 바빴기 때문이다. 경영지식에 목말라 하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공장 바로 옆 한양빌딩에 지난달 중순 ‘제1기 소공인경영대학’이 개설된 것이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이 주최하고 한국소공인진흥협회(회장 곽의택)가 주관해 만든 무료 교육 과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가정신 회계 노무 고객관리 생산 품질관리 특허 정책자금 등을 공부할 수 있었다. 공장 일을 마친 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저녁에 3시간씩 배웠다. 주 3회 한 달간 공부하는 강행군이었다. 입학생 26명 중 20명이 완주했다.

유대수 사장은 “경영교육은 난생 처음 받아봤다”며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의 운영을 맡아온 곽의택 한국소공인진흥협회장은 “소공인은 무척 중요한 경제주체인데도 그동안 여러 측면에서 소외받았다”며 “이들을 혁신적인 기업인으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곽 회장 자신도 동대문 부근에서 수십년간 의류제조업을 해온 소공인 출신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