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전기료 인상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 시장 예상을 큰 폭으로 웃돈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잇따른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 여파로 4분기에는 이 같은 호실적 기조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전날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늘어난 1조977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1조3204억원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과 12월, 올해 8월 등 세 번에 걸쳐 15% 상승한 전기요금이 3분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며 "요금인상에 무더위 효과로 영업이익이 2003년 3분기(2조354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 3분기 전력판매량은 2.9%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요금인상 효과로 전력판매수익은 17.6%나 늘었다는 설명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판매수익 증가는 여름철 전력수요증가에 따른 누진제 및 성수기 요금으로 전력판매단가가 예상을 웃돈 덕"이라며 "9월 수요둔화로 인해 비용부문에서 전력판매계약(PPA) 및 민자발전(IPP)을 통해 전력을 사오는 구입전력비가 예상보다 적게 나온 점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이 4분기에도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영광원전 3, 5, 6호기의 가동중단으로 발전믹스가 재차 악화,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원료의 전력구입량을 늘려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민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광 원전 5, 6호기가 위조 부품 사용으로 현재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에 4분기 영업이익은 5010억원 적자로 추정된다"며 "원전 1000MW를 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월 1000억원의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약 8500억원의 원전 복구 충당금이 4분기에 반영될 경우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수있다고 예상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전 관련 악재가 겹쳐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 기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면서 "국내 24번째 원전인 신월성 2호기의 상업운전 예정일이 내년 1월에서 5~7월로 연기됐고 내년 9월 상업운전 예정인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당분간 한국전력 주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윤희도 연구원은 "9월부터 두 달 동안 전기·가스업종 주가가 일제히 반등하면서 한국전력 주가가 28% 올랐는데, 단기간에 주가가 추가로 크게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며 "중장기 관점에서는 내년에 전기료가 또 인상될 수 있지만 올 4분기실적에 대한 불확실성, 15조원 상당의 내년 투자비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