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겨온 CEO, 이번 사업도 당연히 성공?…경영엔 귀납법 안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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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월요일 아침에 도착한 이메일.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온 메일이다. 앞으로 6주 동안 당신도 잘 아는 한 기업의 주가를 예측해 보겠다는 것이다. 다음주에는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내온 메일이라 무시한 당신. 그런데 다음주 월요일에 신문을 들추다 마침 그 기업의 주식을 보았는데 주가가 올랐다.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는데, 오후에 다시 이메일이 도착한다. 다음주에는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1주일이 지난 월요일에 주식란을 보니 주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이메일이 도착한다. 이번에도 주가는 떨어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7주째 월요일. 여섯 번의 예측이 맞고 나서, 오후에 다시 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그 기업의 주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다만 지금 즉시 100만원을 입금시키면 그 기업의 다음주 주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보내준다고 한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여섯 번씩이나 맞췄으니 다음에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돈을 보내고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란 생각이 머리를 사로잡는다. 과연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뛰어난 예언가일까, 아니면 주식의 신(神)일까.
이제 이메일을 보낸 사람의 입장에서 지난 7주 동안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보자. 먼저 이메일을 암거래하는 사이트에서 5만명의 이메일 주소를 구매한다. 2만5000명에게는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보내고, 2만5000명에게는 주식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낸다. 1주일 뒤에 지난 번 예측이 맞았던 2만5000명 중 절반에게는 계속 오른다고, 다른 절반에게는 떨어질 것이라고 보낸다. 이런 식으로 맞은 쪽의 절반에게 한쪽은 오른다고, 다른 쪽은 떨어진다고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6주가 지나면 적어도 780명은 당신이 ‘놀라운 예언가’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주가예측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초보적인 수법에도 사람들이 쉽게 속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쉽게 속는 이유는 귀납법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귀납법에 대한 오해란 지금까지 맞았으니 다음에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절대적으로 믿는 경향이다.
귀납법은 수많은 예에서 일반적인 법칙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발견된 백조는 하얗다. 미국에서 발견된 백조도 하얗다. 유럽에서 발견된 백조도 하얗다. 그러니 백조는 하얗다는 결론이 자연적으로 인정된다. 물론 수많은 관찰을 통해 확인된 결론이니 맞는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그 결론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검은 백조가 없다고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블랙 스완’을 저술한 나심 탈레브도 사람들이 귀납법을 오해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도 보지 못한 ‘검은 백조’가 없다고 보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경제적 불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2008년의 금융위기는 그런 사태 중의 하나라고 탈레브는 말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귀납법의 오류는 중요하다. 창업하고 적어도 5년 이상 생존하고 있고, 또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면 최고경영자(CEO)가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넘긴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순간순간 충분하지 못한 자료, 파악되지 않은 주변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이라면 아마도 뛰어난 CEO의 놀라운 능력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말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동의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CEO가 큰 사업을 벌일 계획을 발표한다면 기업의 관련자들이나 직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CEO를 믿어야 할까, 아니면 반대해야 할까. 무조건 반대도, 무조건 찬성도 안 된다. 냉정하게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맞는 방향인지, 이익이 되는 투자인지 조언해야 한다.
1990년대 초반 기업들 사이에 ‘BHAG(Big Hairy Audacious Goal) 열풍’이 분 적이 있다. BHAG는 유명한 기업 연구가인 짐 콜린스의 저서에 나오는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적 특성으로, 크고 위험하면서도 대담한 목표를 뜻한다. 당시 많은 기업들은 이 BHAG를 적용했다. 결과는 아마도 신통치 않았을 것이다. 짐 콜린스는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BHAG를 찾아냈다. 하지만 이 공통점이 진정한 성공의 요인이 되려면 BHAG를 적용해서 실패한 기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짐 콜린스는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확인하지 않았다.
독일의 유명한 기업가인 롤프 도벨리는 그의 저서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친구 중 한 명이 번지점프를 정말 좋아했다. 그가 친구에게 너무 위험한 도전을 피하라고 충고하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미 1000번도 넘게 뛰어내렸어.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고.” 이 말을 남긴 지 두 달 만에 친구는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잘 해 왔다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서는 안 된다. 기억해 두자. 귀납법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는데, 오후에 다시 이메일이 도착한다. 다음주에는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1주일이 지난 월요일에 주식란을 보니 주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이메일이 도착한다. 이번에도 주가는 떨어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7주째 월요일. 여섯 번의 예측이 맞고 나서, 오후에 다시 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그 기업의 주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다만 지금 즉시 100만원을 입금시키면 그 기업의 다음주 주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보내준다고 한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여섯 번씩이나 맞췄으니 다음에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돈을 보내고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란 생각이 머리를 사로잡는다. 과연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뛰어난 예언가일까, 아니면 주식의 신(神)일까.
이제 이메일을 보낸 사람의 입장에서 지난 7주 동안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보자. 먼저 이메일을 암거래하는 사이트에서 5만명의 이메일 주소를 구매한다. 2만5000명에게는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보내고, 2만5000명에게는 주식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낸다. 1주일 뒤에 지난 번 예측이 맞았던 2만5000명 중 절반에게는 계속 오른다고, 다른 절반에게는 떨어질 것이라고 보낸다. 이런 식으로 맞은 쪽의 절반에게 한쪽은 오른다고, 다른 쪽은 떨어진다고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6주가 지나면 적어도 780명은 당신이 ‘놀라운 예언가’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주가예측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초보적인 수법에도 사람들이 쉽게 속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쉽게 속는 이유는 귀납법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귀납법에 대한 오해란 지금까지 맞았으니 다음에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절대적으로 믿는 경향이다.
귀납법은 수많은 예에서 일반적인 법칙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발견된 백조는 하얗다. 미국에서 발견된 백조도 하얗다. 유럽에서 발견된 백조도 하얗다. 그러니 백조는 하얗다는 결론이 자연적으로 인정된다. 물론 수많은 관찰을 통해 확인된 결론이니 맞는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그 결론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검은 백조가 없다고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블랙 스완’을 저술한 나심 탈레브도 사람들이 귀납법을 오해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도 보지 못한 ‘검은 백조’가 없다고 보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경제적 불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2008년의 금융위기는 그런 사태 중의 하나라고 탈레브는 말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귀납법의 오류는 중요하다. 창업하고 적어도 5년 이상 생존하고 있고, 또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면 최고경영자(CEO)가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넘긴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순간순간 충분하지 못한 자료, 파악되지 않은 주변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이라면 아마도 뛰어난 CEO의 놀라운 능력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말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동의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CEO가 큰 사업을 벌일 계획을 발표한다면 기업의 관련자들이나 직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CEO를 믿어야 할까, 아니면 반대해야 할까. 무조건 반대도, 무조건 찬성도 안 된다. 냉정하게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맞는 방향인지, 이익이 되는 투자인지 조언해야 한다.
1990년대 초반 기업들 사이에 ‘BHAG(Big Hairy Audacious Goal) 열풍’이 분 적이 있다. BHAG는 유명한 기업 연구가인 짐 콜린스의 저서에 나오는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적 특성으로, 크고 위험하면서도 대담한 목표를 뜻한다. 당시 많은 기업들은 이 BHAG를 적용했다. 결과는 아마도 신통치 않았을 것이다. 짐 콜린스는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BHAG를 찾아냈다. 하지만 이 공통점이 진정한 성공의 요인이 되려면 BHAG를 적용해서 실패한 기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짐 콜린스는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확인하지 않았다.
독일의 유명한 기업가인 롤프 도벨리는 그의 저서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친구 중 한 명이 번지점프를 정말 좋아했다. 그가 친구에게 너무 위험한 도전을 피하라고 충고하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미 1000번도 넘게 뛰어내렸어.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고.” 이 말을 남긴 지 두 달 만에 친구는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잘 해 왔다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서는 안 된다. 기억해 두자. 귀납법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