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지난해 기준 국내 발전 전력의 88%, 송전 및 배전의 100%를 담당하는 전력회사다. 작년 3조3000억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 상반기에도 2조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원가가 낮은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아지고, 원자재 가격 및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독립 발전사업자로부터 구입하는 전력가격이 떨어진 것이 흑자 전환 배경이다. 실적 개선 추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영광 원전 일부에서 결함이 발견돼 가동이 중단된 것과 12월 대통령 선거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이다. 원전을 확대해 전력 제조 원가를 낮추고, 전력요금 현실화를 통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중·장기 과제다.

○원전 확대로 3분기 흑자 전환

한전의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비율 △원자재 가격 △전기요금 등 크게 세 가지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을수록 발전 원가가 낮아져 한전의 실적은 개선된다. 연간 1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기준으로 원자력 발전은 LNG 발전보다 연료비가 8000억원 적게 든다. 한전이 지난 3분기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9월 들어 LNG 발전량이 15.4% 감소하고 원자력 발전량은 11.2% 증가한 덕분이다.

두 번째로는 석탄 LNG 등 원자재 가격이 중요하다. 지난 3분기 석탄 투입단가는 t당 99달러로 전 분기보다 10달러 이상 하락했다. LNG 투입단가도 t당 105만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낮아졌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원자재 수입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해 연료비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는 줄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낮아지면 독립 발전사업자로부터 구입하는 전력 가격이 하락, 한전의 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원자력 발전 비율과 원자재 가격이 비용 측면의 요소라면, 전기요금은 매출 측면에서 한전의 실적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두 차례, 올해 한 차례 등 2년 사이 세 차례 인상됐지만 여전히 제조원가의 80%대에 그치고 있다. 전기요금이 제조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지난 2년간 원자력 발전 비중이 낮아져 전력 제조원가가 비싸진 탓도 있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른 것에 비해 한전의 실적 개선 폭은 크지 않았다.

전기요금이 제조원가에 못 미쳐 한전은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 오히려 적자가 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전력 제조원가 관리가 과제

한전이 지난 3분기 흑자 전환을 출발점 삼아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결국 전력 제조원가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렸다. 우선 전기요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추가 인상해 전력 수요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전력 수요 억제 효과를 높이려면 전기 이용이 많은 시간대의 주택용 전기요금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일어난 원전 사고 여파로 원전의 95%를 가동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 여름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전기요금을 올려 수요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전력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원전 확대가 필수적이다. 원전을 늘리는 만큼 비용이 비싼 LNG 발전의 비중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한전은 2011~2014년 총 6기, 6.8GW 규모의 원전을 신규 가동한다. 이에 따른 영업실적 개선 효과는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현재 원전 가동률은 80%대 중반에 불과하다. 원전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새 정부 에너지정책이 변수

원전 확대가 한전의 장기적 실적 개선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최근 영광 원전 일부가 가동 중단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 선거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더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에너지 정책 또한 중대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확대하고 원자력 발전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연내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어렵게 됐다. 그러나 새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요 주제로 다룰 가능성은 있다. 한전은 발전소 증설과 송·배전망 교체 등 설비 투자에 연간 15조원을 쏟아붓는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노후한 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들어가는 비용이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한전 재무구조 개선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주가 측면에서 한전은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시점에 왔다. 한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jyshin@kt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