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의 설계, 운영, 보수, 연료공급 등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23개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며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 덕분이다. 이들 원전의 해외 수출은 한국전력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차세대 성장사업도 한국전력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미래 사업이다. 그러나 요금 등 정부 규제가 강하고, 원자재 가격 등락에 따른 경영 부담이 작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세계적 기술력으로 원전 수출

한국전력은 전력 수요관리 부문에서 77.4%라는 세계 최고의 부하율을 자랑한다. 부하율이란 최대 부하가 걸리는 전력과 비교한 평균 부하 전력으로, 공급 가능한 전력 대비 전력 수요의 비율을 뜻한다.

국내 전력시장의 성장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미래 신성장 시장인 해외사업과 녹색성장사업에서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미 시동이 걸린 해외사업 드라이브는 하나 둘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전력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수출한 한국형 원전 모델인 ‘APR 1400’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독자 개발 모델인 만큼 더 그렇다. 추가 원전 수주를 통해 해외 원전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모델은 발전용량 1400㎿, 설계수명 60년의 가압경수로 원전이다. 건설에만 약 54개월이 걸린다. 한국전력은 ‘원전 불시 정지 건수 0.3건, 평균 이용률 90% 이상’이란 세계적 수준의 원전 운영능력도 적극 홍보,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해외 민자발전시장도 ‘내손안’

한국전력의 효자 해외사업은 단연 민자 발전사업이다. 이미 세계 각국 민자발전시장에 참여,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국전력은 필리핀에서 전체 전력 공급의 10%를 담당하는 ‘제2의 외국인 민자발전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세부발전소, 한전일리한, 나가발전소 등을 통해 지난해 매출 2256억원을 올렸다.

중국에서는 산시성 거명국제합작사업으로 2166㎿의 발전사업, 7개 탄광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네이멍구, 랴오닝성 풍력사업과 간쑤성 풍력사업 등 826㎿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489㎿급 풍력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동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373㎿ 요르단 알카트리나 가스복합발전소를 비롯해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라빅의 1204㎿ 중유화력발전소, 2010년 UAE 슈웨이한S3의 1600㎿ 가스복합화력사업 등을 수주해 건설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향후 중동 및 이머징 국가 전력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4.6%로 추산된다. 세계 전력 수요 증가율(1.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녹색성장사업도 새 동력

한국전력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구축, 신재생에너지 개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 녹색성장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능형 전력망에 약 1000억원을 투자, 제주 실증단지에서 77개 기업과 함께 기술 실증,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정부와 신재생에너지 개발공급협약을 체결,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약 700㎿의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했다. 서해안에서는 2500㎿급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풍력사업 등 해외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활발하게 펼쳐 2020년까지 15억달러의 해외 수익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규제산업이란 약점

한국전력의 최대 약점은 전력업종이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는 점이다. 공공재적인 측면이 강해 회사 본업의 역량보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이익 규모가 결정되기 쉽기 때문이다.

원자재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2008년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연료비 부담 증가로 한국전력은 4년째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전기요금으로 보완하기 위한 연료비 연동제 도입마저 지연되고 있다. 당분간 원화 강세 추세가 지속되고 원자재 가격 또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위원 arbor@daishin.com>